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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04. 2023

서럽고 슬픈  날

제대로 글을 쓰고싶지만 애셋 엄마인지라 시간이 너무 없다. 막내는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대서 못가고 남편은 항상 재택근무를 하며 둘째는 유치원을 가지만 점심시간에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간다. 그것도 점심때 유치원에 데리러가고 또 데려다 줘야 한다. 유치원도 학교도 주4일제라 수요일은 애 셋과 하루종일 같이 보낸다. 여기는 학원도 없다. 친구집 가서 놀거나 밖에 나가 놀거나. 5인 가족 밥을 거의 세끼를 차려낸다. 그것도 돌 지난 아기를 돌보면서. 포장음식도 배달음식도 없다. 청소와 빨래는 덤. 한국 부모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국 부모들은 비교에서 오는 불안이라던가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 있을지 모르지만 몸으로는 진짜 쉽게 아이 키운다. 한국에서 육아 9년 하다가 왔기 때문에 비교해보면 그렇다. 처음에는 이 막대한 노동량에 압도되어 좌절했으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나니 근육이 생긴 듯 하다. 오늘은 감자샐러드 한 양푼이와 비빔밥 나물 5종류 한 다라이를 해서 점심 저녁을 먹었으니까. 한국에서 업소용 비빔밥 야채절단기를 사왔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 거다. 그 와중에 내 다리를 붙잡고 놀아달라는 아이와 쎄쎄쎄를 해가며 그 밥을 다 했다. 한식뷔페식당에 취직한 것 같다.


저녁에 둘째 셋째와 목욕하고 이불에 누워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데 여섯살 둘째가 너무 슬픈 말을 했다.  자기는 한국말을 잊어버리고 있고 그래서 자기는 엄마 한테 하고싶은말을 다 할수가 없다고. 괜찮다고 엄마한테 프랑스말로 말해도 알아듣는다고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너무 아프고 많이 슬펐다. 나도 한국이 많이 그립다. 국제결혼이라는게 이런건줄 알았으면 하지말걸 후회를 했다.


너무 바빠서 아예 안쓰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두서없이 남겨보려 한다. 나중에는 이것도 다 추억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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