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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22. 2023

동상이몽

나는 한국인이  명도 없는 프랑스 지방 소도시에 살고 있다. 그래도 여기 한국말 통하는 사람 한 명 있기는 하다. 바로 내 첫째딸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초등 2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와서 한국말을 그 또래만큼 한다. 그나마 첫째딸하고 수다를 떨면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서 한국 사람은 아닌데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두 사람을 만났다. 중국동포 조선족 할머니와 방글라데시 아저씨. 둘다 한국에 돈벌러 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선족 할머니는 경기도 수원 일식당에서 3년을 불법체류로 몰래 일하다가 막판에 들켜 출국당했다고 한다. 방글라데시 아저씨도 10년을 경기도 안산, 의정부 등지 공장에서 일했는데 비자 갱신이 안되어 떠났다고 한다.


그들이 하는 한국어는 어눌했지만 나는 그마저도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왈칵날 것 같았다. 신나게 한국어로 한국에 대해서 떠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기억하는 한국에는 일관됨이 있었다. "일만 하면 되는 나라여서 편하고 좋았다"는 것이다. 그 말이 묘했다. 그들은 고국에 가정이 있고 자녀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혼자 와서 바짝 고생해서 목돈 벌어갈 수 있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심각한 저출산(저출생) 해법으로 이민청을 신설했다. 사회적 문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심사를 거쳐 고학력자 위주로 이민받을 사람을 추린다고 한다. 동상이몽이다.


능력되는 사람이 왜 굳이 위험천만하게 전쟁휴전국에 분단국가인 한국까지 가서 한국어를 어렵게 배우고, 한국인들도 피터지는 취업 경쟁을 하며, 휴가도 적은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닭장같은 아파트 들어가서 층간소음 안내고 숨죽이며 살다가, 아이가 있어도 맞벌이에 업무시간 길어서 학원 뺑뺑이 보내야 하고, 그 아이가 남자아이면 2년동안 위험천만한 군대까지 보내야 한다.


Kpop에 심취해서, 한국 밤문화가 신기해서 잠시 혼자 지내다 가는 일부 20, 30대 싱글 외국인이 아니고서는 가족이민자 입장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을 선택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국 안에서는 안 보이던 것들이 지구 반대편 나라에 와서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나라 국민으로 살 때는 몰랐는데 이민자가 되고 보니 알게된 것들이 있다. 날마다 새롭게 느끼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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