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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Jul 24. 2023

웬만하면 이혼한다

지난 1년동안 프랑스 사람들을 숱하게 만났다. 그 중에 모든 사람이 다 이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도 모두 이혼을 했다. 이혼 안한 부부는 딱 두부류뿐이다. 무슬림 또는 극히 소수인데 극단적인 카톨릭으로 피임없이 아이를 여섯일곱 낳는 부부. 용케 이혼안한 프랑스 부부가 있다면 아직까지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서 이혼을 안했을 뿐이다. 그들도 곧 이혼할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둘만 살다가 헤어지면 뭐가 문제겠느냐만은 여기는 항상 아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애가 셋이고 넷인데 다섯인데 아버지가 다 다르고 어머니도 다 다르다. 여기는 애들이 죄다 이복형제다. 한국어로 관계를 설명하기 난해한 가족관계가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자식들은 이어서 더 복잡한 가족관계를 엮고 또 엮는다.


이혼이 너무 쉽다.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뭐 짜증나고 안맞는것 같으면 이혼한다. 애엄마 애아빠가 너무 쉽게 별거하고 이혼한다. 그리고 바로 연애를 하고 또 동거를 하고 재혼도 한다. 기본 삼혼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남편한테 물었다. 여기는 남녀의 본능에만 충실한 동물의 왕국이냐고. 아이들 상처가 뻔히 보이는데 왜 부모들이 하등 신경 안쓰냐고. 남편도 동의한다. 자기도 어려서 겪었지만 여기 부모들은 아이들 정서같은건 전혀 신경 안쓴다고. 오로지 남녀 본인 위주로만 산다고 했다. "그래서 너는 그런 시끄러운 메탈 음악만 듣고 해골 그려진 검정티셔츠만 입고 다니는구나" 하면서 남편을 토닥여줬다.


한국에서 남편하고 숱하게 싸웠지만 한번도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 안해봤다. 여기 오니까 나도 영향을 받게 된다. 주변 모든 사람이 이혼했는데 우리만 이혼을 안했다. 프랑스에서는 젊은 시절에 한 사람하고만 만나서 애셋을 낳고 사는게 거의 천연기념물처럼 보인다.


사실 남편은 프랑스 오고 전전긍긍한다. 나한테 이혼당할까봐 걱정한다. 남편이 있는데도 공공연히 나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혀 신경을 안쓰는데도 남편은 불안한가 보다. 나는 애 셋 딸린 아줌마에게 이런 관심이 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되게 웃긴다. 이런 긴장감이 신선하다.


남편은 하루빨리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난리다. 여기 무책임하고 엉망진창인 사상에 애들이 물들면 안된다고 늦어도 중학생 전에는 가야한단다. 이 남자는 더이상 프랑스 남자가 아닌 모양이다.


세상은 요지경인데 프랑스는 유난히 요지경이다. 한국 유교걸 k장녀는 프랑스에서 매일 겪는 문화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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