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랑스 여자에 대해서 환상이 있었다. 겉에서 바라보는 프랑스 여자들은 너무 멋져 보였으니까. 공원 잔디에 철퍼덕 주저앉아 바게뜨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만 봐도 패션 화보 같았다. 화장끼 하나 없지만 문신한 것도 왠지 시크해 보였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왠지 자기 철학이 뚜렷할 것 같고 개성있고 패션 센스도 좋아 보였다.
그런데 일년 지나보니 좀 달리 보인다. 일단 우리가 생각하는 지성이나 철학 따위는 없다. 내나이 또래는 남자고 여자고 대부분 문신(타투)가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패션이라던지 특별한 의미 부여보다는 그냥 낙서하듯이 문신을 해 버린다.
나는 뭔가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는데 거의 90% 이상이 "몰라. 그냥 했어."라는 대답이었다. 여자 팔뚝에 남자 얼굴 초상화가 아주 크게 문신이 되어 있길래 이 사람은 누구냐고 했더니 모른단다. 그냥 타투해주는 사람이 골라서 해준거란다. 다들 비슷한 대답이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온몸에 얼룩덜룩 한자든 한글이든 무엇이든 타투를 해버린다. 돈 주고 피부를 지져서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게 타투인데 이렇게 가볍게 결정한다. 동거도, 결혼도, 이혼도, 모든게 너무 쉬운 나라인데 뭐 문신이라고 다르겠느냐만은.
문제는 열살된 우리 딸이다. 볼펜으로 온몸에 낙서를 해놨다. 팔뚝에 그림도 그리고 허벅지에 글씨도 써놨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타투란다. 하긴 보는게 타투이니 애라고 영향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겠다만은, 한국에서 온 이 애미는 심란하다. 남편 말대로 조속히 이 나라를 떠나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