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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Aug 20. 2023

우물안 개구리

프랑스나 한국이나 우물안 개구리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약간 결이 다른 우물안 개구리다. 한국은 한국이 얼마나 대단히 훌륭한 나라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물안 개구리고, 프랑스는 프랑스가 얼마나 개판이고 엉망진창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물안 개구리다.


살기좋은 나라 시험이 있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맞는 나라가 한국이고 프랑스는 20점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100점을 못 맞은 것에 지나치게 자책하면서 10점 오답정리를 하면서 반성할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20점도 너무 잘했다며, 빵점 안맞은게 어디냐 하면서 팡파레를 울리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밤새 파티를 할 것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남편 프랑스인 동료가 한국사람 한 사람이 프랑스사람 세 사람 몫을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세 사람이 아니고 네다섯 사람 몫을 하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혹독한 경쟁과 악착같은 수양을 거쳐 세계 어딜가도 잘한다는 칭찬 받으며 생활력 강하게 살지만,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외국 어딜가서 산데도 쉽지가 않다. 프랑스 오기 전에는 정말 몰랐다.


프랑스 남편은 젊은시절 뭣모르고 한국 여자 하나에 홀려 한국에 와서 10년 있으면서 조선소에서 죽도록 일하고 애 셋 건사하면서 한국부인의 스파르타 잔소리 덕에 새한국인으로 거듭났다. 알아서 눈치껏 움직이고 잠시 쉬지 않고 넘쳐나는 집안일을 돕는다! 마누라에게 손하트를 날려가며.


하지만 프랑스 살면서 우리 아이들도 프랑스 사람으로 자라는걸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 곳은 배려, 인내, 성실, 책임, 예의, 친절 이런 가치는 아예 없다. 오로지 놀자, 먹자, 눕자, 가만히 쉬는게 좋은것, 일은 나쁜것, 내 감정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뭐든 즉흥적이고 내 기분 좋으면 장땡인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도 영향을 받는다. 남편은 우리는 잠시 프랑스를 왔을뿐 꼭 한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는데 직장이 문제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으니 오늘 하루 충실하게 잘 지냈으면 그걸로 된거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생활에 충실하고 한국에서는 한국생활에 충실하면 된다. 이 곳에 있는 동안에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나 마음껏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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