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을 고민하며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점심을 먹었다. 큰애는 돌봄교실에 갔고, 둘째와 셋째는 잠시 시어머니집에 놀러를 갔다. 부산스러움 없이 조용히 대화에 오랜만에 집중을 했다.
결국 역이민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섯식구 이민올때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겨우 2년만에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데, 한국에서 다시 처음부터 어떻게 시작하냐, 이왕 온거 3년은 채워보자, 1년만 더 있어보자. 어차피 어디든 낙원은 없어. 어디든 마음먹고 살기 나름이야.
그런데 남편 생각은 단호하다.
나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어. 애들이 아플까봐, 다칠까봐 매일 걱정하고 살아. 아파도 갈 병원이 없고, 의사가 없다는게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 한국은 응급실이 24시간 열려 있고, 바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 주잖아. 어제 애들이랑 걸어가면서 햄버거 집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여러 대 서 있는데, 큰 애가 그러더라고. 저 오토바이도 얼마 안 있으면 도둑 맞겠네. 나 그 때 충격이었어. 여기는 도둑 맞는게 무슨 일상이야. 경찰도 출동을 안하잖아. 그걸 애들도 너무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나는 우리 애들이 이런 일상에 익숙해지는게 싫어.
한국에 가서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함 속에 살고 싶어. 한국사람들은 내가 말해도 절대 이해 못해. 상상도 못하지. 한번도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한국에서 마음 편하게 살아서 너무 좋았어. 내가 가서 다시 조선소 일을 한대도, 김치공장에 가서 일을 한대도, 나 하나만 직업 욕심 내려놓으면 온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잖아. 프랑스 이민은 실패야. 실패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라고.
남편이 너무나 진지해서 나는 뭐라고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