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Sep 14. 2024

프랑스 방학 4달, 부모들은 어쩌나

아이들에게는 프랑스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프랑스는 방학이 정말 많다. 자그만치 방학이 4달이다! 봄방학 보름, 여름방학 두달, 가을방학 보름, 겨울방학 한달 이런 식이다. 게다가 학교가 주4일제다. 수요일은 학교를 아예 안간다. 프랑스는 일년에 수업일수가 140일이다. 한국은 190일이다. 한국 아이들이 50일 학교를 더 많이 간다. 두달 더 되는 시간을 한국 애들은 프랑스 애들보다 학교에 더 많이 보내는 셈이다. 


대부분 한국 애들은 학원까지 다니니 계산해보면 한국 애들 학습량은 엄청나다! 프랑스에는 학원 자체가 없다. 공부는 오로지 학교에서 하는 그게 다다. 공부를 많이 할 일이 없으니 공부에 질릴 일도 없다. 보통 프랑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를 즐거워한다. 숙제도 공들여 한다. 학교 선생님은 존경스럽다.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소중한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학원 선행학습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습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나저나 애들 방학이 4달이나 되면 부모들은 어쩌나?


일단, 프랑스에서는 애엄마도 대부분 일을 한다. 프랑스는 워낙 미혼모가 많은데(전체 아이 중에 63% 가 혼외자), 미혼모 입장에서는 전업이라는 선택지가 없다. 가정경제를 본인이 책임져야 하니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 37% 해당하는 부부도 대부분 맞벌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애가 있는데 어떻게 일을 하나, 그게 가능하나 싶을 거다.  


여기 프랑스는 일을 해도 한국처럼 새벽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죽어라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기본이 1주일에 35시간 일을 한다. 1주일에 28시간, 1주일에 15시간 등등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 물론 월급은 근무시간에 맞게 조정이 된다.


특히 애가 아프거나 하면 조퇴나 결근하는 것에 모두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관대하다. 나도 그렇게 애를 키웠고, 모두가 그렇게 애를 키우기 때문에 다들 그러려니 한다. 애아빠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육아와 살림 부담을 애아빠, 애엄마가 나눠서 같이 지기 때문에 애엄마도 일을 할만한 상황이 된다. 그러니 애 학교 데려다 주고 출근했다가 슬슬 퇴근해서 애 데리러 가도 살 만하다.


게다가 프랑스는 누구나 무슨 일을 하던간에 일년에 5주 유급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이 된다. 외국인이든, 식당 서빙을 하든, 식당 설거지를 하든, 간병인을 하든, 청소를 하든 다들 당연히 5주 휴가를 받는다. 그래서 애들 방학하면 부부가 번갈아가며 휴가를 5주씩 내서 돌본다. 한국 사람에게 5주 휴가는 꿈같은 얘기지만…


하지만 문제는 애들 방학이 워낙 길어서 4달이나 된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에 보통 돌봄을 보낸다. 프랑스 돌봄은 그야말로 딱 기본 돌봄만 한다. 애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하고, 장난감 갖고 놀고, 책읽고, 종이접기하고, 그림 그리고, 그 정도다. 한국처럼 다양한 전문가 선생님들이 와서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고 하는 전문적인 교육을 하지 않는다.


돌봄은 수업이 없는 수요일과 방학 기간 내내 갈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공짜가 아니다! 비용이 많이 비싸다. 그래서 우리 애들도 많이 못 갔다. 다자녀, 미혼모, 저소득층인 경우에는 조금 할인되기도 한다. 비용도 비싼데 돌봄 신청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돌봄을 안가는(못가는) 아이들은 보통 조부모집, 외조부모집, 친척집, 사촌집, 친구집 등등 이집저집 다니면서 방학을 보낸다. 친척들끼리 서로 품앗이하며 기나긴 방학을 보내곤 한다.


우리가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여름방학이 두 달이라서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남편은 일하고, 나는 애들 셋을 두달 꼬박 데리고 있었다. 세끼 밥을 집에서 해먹여가며. 한국에서는 이렇게까지 긴 방학도 없을 뿐더러, 짧은 방학이라도 돌봄도 있고, 방과후도 있고, 학원도 있고, 밥도 외식도 있고, 밀키트도 있고 등등 선택지가 많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나는 방학이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프랑스에 와보니 한국 부모는 천국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 부모들은 투덜거린다. 애 키우기 이런게 힘들어, 저런게 힘들어… 


하지만 프랑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조금씩 적응해 갔다. 프랑스 부모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아이들하고 같이 보낼 방학을 기다린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부모처럼 아이들을 성가시다거나, 귀찮게 여기지 않았다. 


물론, 이런 프랑스 사람한테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결국은 시간적인 여유, 금전적인 여유에서 나온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년에 5주를 쉴 수 있다면, 애들 공부는 학교 공부가 다고, 학원 자체가 없으니 학원비 걱정할 일도 없고, 대학 학비도 나라에서 거의 다 대어주고, 아파도 의료비, 수술비 모두 나라에서 다 내주고, 자식 결혼은 자식 본인이 알아서 하고, 자식들 살 집은 본인들이 알아서 마련하고, 내 연금은 꽤 넉넉히 죽을 때까지 나온다면 크게 돈에 아득바득할 일 없이 살아가리라. 내 집 정도 대출로 마련해서, 큰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하게 직장 다닐 수 있다면, 훨씬 더 애들한테도 관대해지고, 애들 방학도 기다려지리라. 그러다 둘째가, 셋째가, 넷째가 생긴데도 큰 부담없이 그저 기쁘리라. 


그러고보니 한국 사람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인데 프랑스 사람들은 일상으로 누리고 산다. 얄미운 프랑스 사람들, 어쩌면 이래서 선진국이라고 부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노인 커플로만 가득 찬 프랑스 식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