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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Sep 17. 2024

돈 참 쉽게 버는 프랑스 자영업자들

문만 열면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는 프랑스

프랑스 오기 전부터 어렴풋이 프랑스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에 와서 직접 보니 이 나라 자영업하는 사람들은 죄다 관광업으로 먹고 산다. 그것도 그냥 먹고 사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잘 먹고 잘 산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인구가 17,000명밖에 안되고, 프랑스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그런 아주 작은 시골 도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관광객이 정말 많이 온다. 순례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프랑스 사람들도 많이 여행을 오고,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사람들도 참 많이 여행을 온다. 


이번 여름에 우리 집에 ‘벼룩시장’을 열었다. 당근마켓처럼 집에 안쓰는 중고물품을 파는건데,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집 대문을 열고, 가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파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물론, 시청에 가서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팔 수가 있다. 그것도 집집마다 1년에 한번만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보니 손님들이 죄다 여행 온 사람들이었다. 파리에서 가족여행 온 사람들이 들렀다가 책을 사 가고, 다른 도시에서 친구집에 놀러온 사람이 와서 그릇을 사 갔다. VIP 고객은 네덜란드 노부부였는데 400유로를 주고 기타와 티셔츠를 사 갔다. 여행객들은 들떠 있었고, 이번 휴가 때 쓸 여유돈을 어느정도 주머니에 갖고 왔으며, 기분에 취해 기념품 삼아 우리 집 물건을 사 갔다. 반면, 우리 동네 사람들은 와서 구경만 실컷 하고 비싸다고 투덜거리기만 했고 1유로, 2유로가 될 때까지 흥정을 했다.


그러고보니 여기 식당, 술집,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등등 다들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한산하다. 그러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볕이 쨍쨍 나는 6월부터 8월까지 휴가철에는 죄다 미어터진다. 시장도 휴가철에는 손님들이 정말 많아서 줄이 길게 서 있고, 다들 엄청난 양을 사 간다. 우리나라 명절 전에 북적거리는 시장 풍경과 비슷하다.


그러다 9월이 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도 없다. 지난 주 시장에 정육점을 하는 프랑스 친구가 하도 손님이 없어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내가 왜 이리 손님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손님이 왜 없는 줄 알아? 사람들이 휴가 때 돈 다 쓰고 이제 돈이 없지. 그래서 이제 고기 사러 안 오는 거야. 매년 그래. 똑같아.”라고 대답해줬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장사하기가 이보다 쉬울 수 없다. 여름 세 달만 바짝 일하고, 나머지 계절에는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식당도 많이 있다. 세달 수입으로 일년을 충분히 지낼 수 있으니 그렇게 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뜨내기 손님이라 한번 보면 안 볼 사람들이고, 굳이 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친절한 서비스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 대충 식당 장식만 잘해놓고 식당 분위기만 좋아보이면 여행 온 손님들은 항상 들어오게 마련이다. 종업원들도 여름에만 몇달 잠깐 바짝 일해서 돈 벌러 온 외지인이라 최소한 해야 하는 일만 하고 가면 그만이다. 단골손님을 만들려고 굳이 더 노력할 필요가 없다.  


가게 문만 열면 들어오는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들… 그 손님들은 벼르고 별러 꿈에 그리던 프랑스에 여행을 온 관광객들이다. 돈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서 들고와서는 다 쓰고 가겠다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온 손님들이다. 프랑스 환상에 푹 빠진 사람들이라서 무슨 음식을, 어떻게 받건간에 그저 기분 좋은 손님들이다.


참, 세상이 이렇게도 불공평하구나.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뼈빠지게 일을 하나. 손님을 끌어볼려고 음식은 새벽부터 나와서 다듬고, 볶고, 만들고, 서비스는 왕 대접을 해 주고, 포장 배달도 해 주고, 그러면서도 음식값은 최대한 저렴해야 하고, 그 와중에 광고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전단지도 돌리고, 블로그 광고, 배민 광고 등등 끝도 없다. 일도 끝이 없는데, 계산해보면 남는 것도 별로 없다.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한국을 나와보니, 한국 사람들이 참 측은하다. 죽어라고 공부하고, 죽어라고 일하고, 죽을때까지 일해도, 겨우 살아남을까 말까하는 고단한 인생. 물론,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세계 어딜가서도 살아남는 불사신으로 재탄생했다. 가슴 한켠에 ‘한’을 품고 독하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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