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요리할 때 엄청난 양을 한다]
여러번 먹으면 입에 물리고, 냉장고 들어갔다 온 반찬은 안먹게 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집은 그런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우리집 가훈은 "시장이 반찬이다"입니다) 한번 요리할 때 메뉴 하나를 한 솥을 합니다.
안그러면 요리만 하고 주방만 치우다가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리잖아요. 주방일이 아니라도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습니다. 빨래도 있고, 청소도 있고, 돈도 벌어야 하고, 애 똥기저귀도 갈아야 되고, 애랑 놀아줘야 되고, 장도 봐야 되고, 책도 봐야 하고, TV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남편하고 놀기도 해야 되고, 목욕도 해야 되고, 얼굴 팩도 해야 되고, 친구랑 수다도 떨어야 되고,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글도 써야 하고요.
산해진미를 지지고, 굽고, 찌고, 튀기고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습니까만은, 먹는 사람은 좋지만 하는 사람은 죽을 지경입니다. (안해본 사람은 말을 마세요) 신선한 재료를 매의 눈으로 골라서 사와야 하고, 낑낑 대며 옮기고, 포장재 쓰레기 처리하고, 요리법 찾은 다음에, 각종 양념, 가루를 황금비율로 섞어서 무거운 냄비, 후라이팬 겨우 꺼내고, 끓어넘치는지 계속 주시하고, 열심히 젓어가며 익히고, 알맞은 그릇에 담아서 먹기좋게 썰어내야 합니다. 후르릅 먹고 나면 산더미처럼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지요. 남은건 반찬통 넣어서 냉장고행, 양념 묻은 냄비, 후라이팬, 도마, 칼, 가위, 각종 그릇을 씻고, 가스렌지 주변 닦고, 행주로 식탁 닦고나면 기진맥진. 세끼를 먹는다면 이 작업을 하루에만 세번 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생각만 해도 뒤로 나자빠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희집은 한번 할때 엄청난 양을 합니다. 특히 짜장을 자주 합니다. 일단, 애들이 잘 먹고, 각종 야채와 고기를 한번에 섭취할 수가 있잖아요. 다른 반찬도 딱히 필요없고, 김치나 단무지 정도만 있어도 괜찮잖아요. 그래서 저희집에는 짜장가루 40인분짜리가 있어요. 한번 할때 10인분 합니다. 야채와 고기를 산더미처럼 썰어서 쌓아놓고 짜장가루에 물을 풀어 준비를 해 놓고, 마당에서 화력 센 버너에 큰 웍에 기름을 달구고 중국 요리사 포스로 후르르 볶아냅니다.
한번은 짜장을 했는데 이틀 내내 먹은 적이 있었어요. 애들은 6끼 연속으로 먹고, 남편과 저는 4끼 연속이었죠.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잘먹는지 6끼째인데도 짜장 맛있다며 두그릇을 비워대고 있는데, 저희 남편이 "얘들아, 이게 진짜 맛있냐?" 이럴 정도였지요.
시판 짜장가루에 물만 풀어서 하니 너무 달지는 않을까 괜히 주부 양심에 찔리게 되죠. 그래서 요즘은 된장을 좀 넣어요. 야채와 고기를 볶고, 된장을 적당량 넣어서 볶습니다. 거기에 짜장가루에 물 푼 것을 조금만 해서 짜장색깔만 나도록 마무리해요. 짜장에 춘장도 결국 검은콩으로 만든 것이고, 된장도 메주콩으로 만든 것이니, 결국 콩 사촌이다 싶어서 시도해 봤는데 단맛은 훨씬 줄고, 담백한 맛이 나요. 어차피 된장국도 잘 안끓여서 된장도 잘 안먹게 되는데 이런 방법으로 애들 속여서 먹이니깐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짜장밥만 주면 애들 질릴까봐 중간에 칼국수면 끓여서 짜장면을 해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용량으로 하는 다른 메뉴는 토마토소스가 있어요. 이건 남편이 하는건데 큰 토마토 10개쯤, 마늘, 파슬리, 양파에 아주 약간 설탕을 같이 넣어서 갈은 다음 끓이는 거에요. 껍데기 까고 이런거 안하고 그냥 다 갈아버려요. 한번 할때 왕창 해서 벌꿀 유리병 두 통에 넣어놓고 일주일 내내 먹어요. 밥에 비벼먹고, 파스타 끓여 비벼먹고 해요. 곁들이는 반찬은 김, 김치, 샐러드 정도입니다.
삼계탕이나 오리탕, 돼지국밥(수육)도 자주 끓입니다. 세가지 다 방법은 비슷해요. 고기를 깨끗이 씻어서 밖에 화력 좋은 버너에 압력솥에 부르르 끓입니다. 끓일때 마늘, 통후추는 꼭 넣고, 한방재료 같은 것이 있으면 넣을때도 있고, 파, 양파가 많으면 그것도 넣고요. 고기는 건져먹고, 국물은 기름만 건져내고, 밥말아서 국밥으로 줍니다. 애들은 안맵게 말갛게 먹고, 어른용은 대파김치를 얹어서 먹는데요. 얼마전에 이웃집에서 대파를 너무 많이 줘서 하는수없이 대파김치를 담갔는데 새우젓을 넉넉히 넣었더니 남편이 국밥집에서 먹는 맛이라며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여기도 곁들이는 반찬은 김치.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