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반찬하는 날을 정해놓는다

by 이주리

[일주일에 한번 반찬하는 날을 정해놓는다]


몇년전 초보 주부였던(여전히 초보 주부이지만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트에 장만 보고 와도 기진맥진해서 힘이 없어 반찬을 못하고, 반찬 한두개(한끼에 먹어치울 분량)만 하고나면 산더미같은 설거지 때문에 남편이 요리를 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아는 언니가 "오늘 반찬하는 날이라서 반찬 많다. 밥먹으러 온나."고 해서 갔더니 글쎄, 주방이 거의 반찬가게 수준으로 밑반찬 10가지 정도에 국 2가지, 종류별로 전까지 부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요리도 지금보다 더 못하고, 둘째 애기 젖먹이면서 골골대고 있던 터라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지요.


그때 아이디어를 얻어서 저희 집도 일주일에 한번 반찬하는 날을 정해 놓습니다. 맞벌이일 때에는 주로 토요일을 잡고, 전업일 때는 3일에 한번 꼴로 잡습니다. 그 날 하루는 요리하는 날, 나는 반찬가게에 알바하러 갔다고 큰 마음 먹고 시작합니다.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찬하는 날은 유일하게 불쓰는 요리를 잔뜩 하는 날이지요. 무거운 압력밥솥, 대형 후라이팬 등 오랜만에 빛을 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마트에 가서 장보기입니다. 아침 일찍 장을 잔뜩(그야말로 잔뜩) 봅니다. 거의 식당하는 사람들처럼 카트 두개 정도에 진짜 많이 삽니다. 간식거리를 꼭 챙깁니다.(빵이나 사이다, 밀키스 같은 탄산음료. 밥하는 것은 고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당충전해 가면서 해야 되거든요) 사오면 그 재료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바로 요리를 시작합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로 알게 된 것은 마트에서 장보고 와서 냉장고에 재료를 넣고나면 그 이후에는 건드리기 싫어지더라고요. 냉장고에 들어가면 시들어서 못먹기 일보 직전에 겨우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당연히 신선도가 떨어진 요리는 맛이 없죠. 회생불가능한 재료는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데 '나는 왜 이걸 돈주고 사와서 돈주고 버리는가' 같은 자괴감이 잔뜩 들죠. 몇년동안 같은 문제로 마음 쓰리고 나서는 요즘은 반찬하는 날 당일 사온 재료를 냉장고 안넣고 바로 요리를 다 해 버립니다. 그러면 싱싱한 재료를 요리하니 당연히 맛이 좋지요. 예전에는 냉장고 열때마다 한숨이 푹푹 났거든요. 이거 빨리 요리안하면 상하는데 자책감이 들고, 썩어가는 재료로 냄새도 큼큼한 것 같았지요. 지금은 완성된 요리만 냉장고에 들어있으니 냉장고 열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마치 반찬가게 진열장을 열고 오늘은 무슨 반찬을 사먹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장보고 재료 손질 후 메뉴를 종이에 쭉 적어봐요. 한번 할때 거의 10가지 정도 가까이 하는것 같아요. 호박볶음, 매운 호박볶음, 당근채볶음, 감자채볶음, 마늘종볶음, 버섯조림, 콩나물무침, 숙주나물무침, 떡볶이, 버섯전, 소세지전 등등. 고기는 주로 돈까스를 밀가루-계란-빵가루 해서 재워놓고요.


후라이팬이나 냄비는 대형으로 하나씩만 써요. 손목에 힘이 없어서 무거운 걸 들면서 설거지를 하기가 힘이 들어요. 그래서 요리순서가 중요한데 1. 소금간 2. 간장간 3. 고추장간 순이에요. 후라이팬을 달궈서 기름에 감자채를 볶아요. 소금으로 간하고 끝. 그다음 감자채 반찬통에 넣고 그 후라이팬 안씻고 당근채를 볶아요. 이것도 소금간 끝. 당근채 반찬통에 넣고, 그다음 타자는 각종 전. 밀가루에 계란 발라 부치고, 그다음은 호박볶음. 호박볶고 새우젓간하는데 반은 덜어내어 반찬통에 넣고 나머지 반은 실고추를 넣어서 맵게 만들어서 매운호박볶음을 해요. 이렇게 요리를 4,5가지쯤 하는데 후라이팬 안씻고 쭉 합니다.

냄비도 마찬가지로 콩나물 데치고, 숙주나물 데치고, 그 냄비에 버섯 졸이고, 떡볶이하는 식이에요. 그동안 냄비를 씻지 않아요.


후라이팬에 각 재료의 기름향이 배어서 맛있고, 냄비나 후라이팬이 계속 달궈져 있기 때문에 요리도 빨리빨리 된답니다. 이상 손목이 너무 약해 냄비, 후라이팬도 못드는 새댁이, 새끼들 먹여야해서 연구 끝에 요리하는 눈물겨운 이야기였습니다. 남편은 "나는 자기가 반찬하는 날이 너무 좋아" 하면서 오랜만에 풍성한 식탁을 보고 행복해 하네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 안쓰는 요리 메뉴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