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현실>이야기를 시작하며

by 이주리

<효리네민박>을 보고 전원생활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크면 좋지 않겠냐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시골에 들어왔습니다. 어느새 시골에 들어와서 산지 3년째. <효리네민박>처럼 아름다운 순간도 잠시 있었습니다만, 실제 생활은 <삼시세끼>와 훨씬 더 가까웠습니다.


예전에 아파트 살때를 되돌이켜 볼까요? 일단 주중에는 둘다 맞벌이를 했고요. 주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 뒤치닥거리- 밥 차리고, 간식 차리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말 상대해주고, 틈틈이 기저귀 갈고, 바닥 청소하고, 옷 갈아입히고, 빨래 돌리고 널고 개고, 목욕 시키고, 집안 청소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장보러 가고 등등 끝이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같은 일- 하고나면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뭘 시켜먹지?"

"일요일 저녁메뉴는 중국집이지!"

신나게 먹고 중국집 그릇을 내놓는 것으로 주말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와서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습니다. 배달이 안됩니다. 반찬가게도 없습니다. 시골에 오기전에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 나가야 마트나 빵집, 치킨집, 피자집, 김밥집 등등이 있다는 것.

"차로 10분? 별로 멀지도 않은데! 운전하면 되지! 포장해오면 되지!"

"우린 요리하는거 좋아하니까 해먹으면 되지!"

안이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 둘이 있고부터는 차로 10분 거리가 얼마나 멀던지요. 꼭 한놈은 자고 있거나, 한놈은 중간에 똥싸거나 울어제끼거나, 안간다고 드러누워 버리거나, 예상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남편한테 맡겨놓고 혼자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갑니다. 남편이 한국말을 못해서 제가 구하러 가야 합니다.

그런데 시골사람들 시간관념은 도시사람들과 아주 다릅니다. 처음엔 저도 도시사람이었던터라 어처구니 없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도시에서는 전화로

"ㅇㅇ김밥 몇줄 포장해 주세요. 언제 준비되나요? 시간 맞춰 가지러 갈게요"

하면 시간에 딱 맞춰서 준비를 해줍니다. 차를 김밥집 앞에 잠깐 세웠다가 카드만 내밀면 계산하고 바로 김밥만 들고 나오면 됩니다.

시골은 시간아 흘러라, 뭐 이런 식입니다. 분명히 미리 주문했는데 가보면 이제 막 요리를 시작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할머니들이기 때문에 손도 느리시고 카드 계산도 느릿느릿, 제가 뭐라고 해도 할머니들이 일단 귀가 어두워서 말이 잘 안들립니다. 우여곡절끝에 김밥을 구해오면 시간이 최소 30~40분 걸립니다. 차를 타고 가는 수고에 이것저것 따지면 집에서 해먹는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그래서 엄청나게 요리를 해먹게 됩니다.


지난 3년동안 어마무시하게 밥을 많이 했습니다. 3년동안 했던 밥이 제 평생 해서 먹은 밥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골살이를 하러 왔는지, 밥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차]

1. 아침에는 가스불을 켜지 않는다

2. 한번 요리할 때 엄청난 양을 한다

3. 칼 대신에 가위, 채칼 쓰거나 손으로 찢는다

4. 불 안쓰는 요리를 한다

5. 불 안쓰는 요리 메뉴 소개

6. 일주일에 한번 반찬하는 날을 정해놓는다

7. 너무 잘 차려먹으려 하지 말자

8. 그래도 힘들면 인스턴트를 먹고 남편을 시키자

9. 조미료, 설탕도 적당히 활용하자

10.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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