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프로젝트

by 무리수

2025년 7월 25일


뒷모습 프로젝트


어제는 한 사진작가님의 스튜디오에 도하와 함께 방문했다. 작가님이 진행하는 뒷모습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는 반 선생님의 소개로 인한 것이었다. 반 선생님은 대학의 한참 위 선배로,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추셨다가 최근 어느 날 내 인스타그램 상단에 등장했다. 반 선생님의 개인전에 가까이 지내는 동문 언니들과 함께 방문한 것을 계기로 사진작가님의 프로젝트 참여를 권유받았다. 인물의 뒷모습을 담담한 톤으로 담아내는 사진들이었는데 이는 내가 그리는 인물들의 정적인 동세와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도하가 전문가의 손길로 작품 속에 현존한다는 것에 강렬한 욕망이 생겼다. 더군다나 촬영한 사진은 작가님이 인화하여 우편으로 보내 주신단다.


도하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강한 욕심이 난 것은 너무나 빠르게 훌쩍훌쩍 커버리는 모습에 조바심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부터다. 0-2세까지의 성장은 인간의 생애 중 가장 빠르게 크는 시기이지만 육아 초보에게는 더디게만 흘러가던 시기였다. 2세 즈음 말문이 트인 이후로는 성장의 속도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귀엽게만 느꼈던 영유아의 시기를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벌써 한 학기가 지나갔다니. 가능하다면 지금의 우리 둘이 영원히 이 시기에 머물렀으면 싶을 정도로 나는 현재의 행복감에 만취한 것일까.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마음은 그 깊이와 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다단하다.


어떤 날은 꿈에 훌쩍 커버린 도하가 등장했다. 꿈속의 도하는 여느 짓궂은 초등 고학년 남자아이들처럼 버릇없이 나를 대했다. 나는 안일했던 양육 방식을 자책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에 한탄했고 도하를 어쩔 줄 몰라했다. 꿈에서 깨어 아직 어린 도하를 보며 일순 안심했는데, 육아에 있어 주양육자인 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평소 부담감을 느꼈음을 깨달았다. 한편 지금의 도하가 더 이상 귀엽기만 한 어린아이에 머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아직 결과물을 받지는 못했지만) 도하의 뒷모습 사진은 지금보다 나이 든 나에게 주는 보상이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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