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by 무리수

2025년 8월 9일


줄넘기


요즘 주 5일의 운동을 목표로 하며 GX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운동’이라는 것은 늘 나와는 거리가 먼 카테고리였다. 달리기를 할 때면 땅이 내 발목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고 줄넘기는 단 한 번도 엑스자나 쌩쌩이를 성공해 본 적이 없었으며 체력장은 늘 5등급(6등급까지 있었다.)에 머물렀다. 남편도 운동을 즐기지 않고,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성정을 보면 잘했을 것 같지 않다. 그런 우리 부부와 다르게 도하는 유치원에서 달리기 반대표에 뽑혔었다. 엄정하게 겨루어 뽑힌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반대표로 뽑혔다는 얘기를 듣고서도 오 정말? 대단하네. 축하해!라고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잘할 리가 없다. 그런 유전자가 있을 리 없다. 어쩌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하는 요즘 수영에 열심인데 함께 다니는 친구와 진도경쟁을 하며 오리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자부심이 대단했다. 수영 선생님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좋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지 '잘'할 수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주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생각에 방과 후 수업 중 음악줄넘기를 신청해 주었다. 역시나 도하는 줄넘기를 어려워했고 내가 봐도 그 포즈가 엉성했다. 손목을 이용해 줄을 팽팽하게 돌리는 게 포인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내 발목을 붙들던 땅의 손들이 어김없이 도하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모아 뛰기 하는 두 발은 둔중하게 쿵쿵거렸다. 음악줄넘기 시간이 있는 금요일만 되면 싫은 소리를 냈지만 수업 중에 하는 달리기 시합과 피구는 재밌었던지 늘 줄넘기 이야기만 빼고 조잘거렸다. 하루는 금요일 아침 등교 때, 줄넘기 선생님께 따로 여쭤보라고 권했다. 누구는 한 달이면 금세 익힌다고 했는데 3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니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도하는 그런 질문을 다른 아이들 앞에 한다는 것은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선생님은 다른 많은 아이들도 봐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혼자만 봐줄 수는 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기도 답답했는지 결국엔 용기 내어 여쭌 것 같았다. 그날 하교하고 만난 도하는 약간 들떠서 오늘 모아 뛰기 열개를 성공했고 자기 줄넘기가 너무 가벼웠던 게 문제였단다. 선생님이 빌려준 구슬줄넘기를 써봤더니 줄이 팽팽하게 잘 돌아갔단다. 투덜거리며 들어가던 뒷모습이 떠오르며 용기 내 선생님께 말을 붙인 도하가 대견했다. 또 운동을 잘할 리가 없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의미를 두어야지 라는 내 속내와 달리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것에 내심 놀랐다. (아마도 아직 실패의 경험이 적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당장 쿠팡으로 구슬줄넘기를 주문해 주었다.


아직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가늠하지 못하고(다르게 표현하자면 가능성이 무궁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채로 열심인 어린이는 아름답다. 내가 그 한계를 단정 짓지는 말아야지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If You Rescue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