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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리 Mar 12. 2021

“날마다 진화하는 글의 종류, 우리는 숨가쁘다”

요즘 직장을 다니든 개인 사업을 하든, 글쓰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거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누구나 글을 써야 할 숙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문제는 그 글의 형태라는 것이 잔인할 정도로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진학과 취업을 하기 전에는 자기소개서를, 취업이나 창업 후에는 보고서, 제안서, 계획서 등을 시작으로  홍보 브로셔, 홍보 기사, 보도자료, 마케팅 글까지. 정말 모두 그 종류를 헤아릴 수도 없이 써야 할 글이 많다. 어디 그 뿐인가? sns,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플랫폼에 사용할 내용과 글을 기획하는 일까지 맡겨진다. 


물론 홍보팀이나 공보부서가 따로 있으면야 문제가 없다. 대략의 기안만 보내면 거기에 있는 글쓰기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테니까.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정말 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모든 직원은 자기가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해냄과 동시에 자신의 일을 널리 알리거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글을 쓸 상황에 던져진다. 1인 기업,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다. 


나 역시도 그랬다. 첫 직장은 선거 캠프였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는 그 딱 하나의 이유로 팀명 뜻도 잘 모르던 ‘공보팀’에 배정되었다. 거기서 한 일은 그날그날 후보의 일정을 정리해 뉴스레터를 만들고, 취재를 나가 기사를 써야 했다. 그뿐인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하는 대로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화를 요청하는 일까지 했어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거기가 나았다.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는 질의서 및 보고서, 사업계획서 작성은 물론이고 보도자료, 홈페이지 글, 의정소식지 글, 의원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정말 온갖 글이란 글을 다 쓰게 되었다. 


한번도 배운적이 없는 글을 써야만 했다. 나의 상사는 매우 무서운 사람이었고, 글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까다로웠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유명한 사람이라 내가 글을 쓰면서 하는 실수의 파장이 상상을 초월했다. 쓴다 못쓴다, 배웠다 안배웠다를 이야기할 틈도 없이 그저 혼나지 않고, 짤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글을 썼던 것 같다. 


그 이후엔 기자가 되었다.  기사를 쓴 것은 처음 일이었지만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스쳐지나온 나에게는 마치 원래 하던 일을 비서관에서 기자로 이름만 바꾸어 하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내가 써야 하는 글의 종류가 수십가지에서 한가지로 줄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다시 서울시의회 스피치라이터로 복귀. 다시 국회에서 썼던 오만가지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사이에 sns 글쓰기까지 덧붙여진 상황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짬밥(?)이 쌓여서 인지 처음 국회에서 느꼈던 것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글쓰기 강의를 의뢰받은 순간, 그것이 단순히 짬밥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저 경험으로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내 나름대로 글을 쓰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그 과정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랬기에 한번도 배운적 없는 글을 상황에 닥치면 문제없이 써내려 갔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가장 중요한 키가 있었다.  글의 형태에 상관없이 어디에나 적용하고 있었던 법칙. 그 비밀에 대한 내용을 브런치에 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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