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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인척 준비하기

이미 늦은 계획이지만..

by 한결

원래 나는 MBTI의 생활양식 지표에서 인식형인 'P'이다.

P중에서도 대문자 P라고 자부한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미리 공부하기란 없었다.

시험이나 과제 기일이 다가오면 극한의 집중력을 뽑아내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판단형인 J의 경우 세부적으로 준비하는 계획형인데 반해

P는자유롭고 무질서한데 비해 일을 할 때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장점이 있다.

일단은 나의 생활 모습을 보면 누구든 나는 인식형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무질서한 책상을 보면 일반적인 교육공무원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교사가 대부분인 100여명의 mbti세미나에서 내 mbti는 나 단 한명 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성향도 항상 일관적이지 않듯, 우리가 상황이나 일을 하면서 origin성향이 아닌 다른 성향을 끌어다 쓰기도 하지 않는가?

자유분방한 P도 J의 생활양식을 따라해 'J인 척'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J가 되는 시기는 한 해를 설계하는 2월, 학년과 학기가 시작하는 3월과 8월인것 같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긴장을 하다보니 미리 계획을 하고 거기에 맞춰 진행하면서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사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동안 유치원에서 만큼은 J로 일을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지금, 아니 며칠전부터,

14일간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때는 24년 여름방학, 갑작스레 다음 겨울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을 계획하게되었고, 학기가 시작하면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을 것 같아서 여름방학 동안 비행기와 숙소, 캠퍼밴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잊었다..

이상하게 그것만 생각하면 뭔가 불편하고 찜찜한게 준비할게 많은것 같은데 하나하나 준비할 마음의 결심이 안생기는 것이다.

겨울방학이 다가오며

만나는 사람들 마다 준비가 다되었냐고 물었지만

이미 시간 많은 여름방학에 비행기, 캠퍼밴, 전후 숙소, 여권일자확인, 비자발급이 된지라 이렇게만 출발해도 되지 않을까.. P다운 생각으로 (회피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갑자기

출발 10일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캠퍼밴 여행 후기를 보며 애가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엑셀에다가 준비물 목록도 정리해두고 체크하면서 준비하는데

(나는 여행을 아주 많이 다니는 편이라고 자부하지만 준비물 목록을 정리해 두는건 손에 꼽는다)

나는 이래도 되나 싶고 마음이 엄청 불편해진다.

우리집 남자 1호는 나보다 더 큰 키만큼 더 Biger 'T'라서 믿고 갈수 없는지라

내가 J인척 준비를 시작하기 시작한다.

어제, 오늘 쿠팡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이 집 앞으로 배송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설 연휴 앞두고 꿈도 못 꿀 배송 속도 인데

쿠팡이 있어 너무 감사하다.

쌓여있는 물건들을 잘 정리해서 넣어봐야겠다.

J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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