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u

한 때는 사랑을 맹목적으로 쫓았다

완벽한 타인이 완벽한 내 편이 되는
사랑의 낭만을 믿었다

사랑의 속성은
파도의 휘몰아치는 그 '결'과 어찌도 닮았는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수차례 일렁거리기를 반복하며 한바탕 쓸려가다,
밀려오면 밀려오는 대로 꽉 끌어안아보려 했지만
동시에 떠나가 발끝까지 흠뻑 젖고야 말았다

내게 사랑은, 머무는 법을 몰랐다

스무 살 풋내 났던 첫 떨림을 떠올려보면,
흰색 마스크를 쓴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내 눈이 맑다며 지긋이 파고들던 짙은 눈동자와,
나긋나긋했던 목소리가 마음을 간질인다

그때 받았던 '다정'이 자꾸만 맴돌아서,
사랑에 다정을 바라는 버릇이 생겼다

사랑이라는 유대감으로 맺어진 관계라는 것은
어쩌면 한순간에도 끊어질 관계인 거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그 한마디가 주저되는 사랑도 있었다

한 발짝 물러나있고 싶으면서
한편으론
곁에 두고 싶은 모순을 머금고선,
도무지 뱉어낼 수 없는 사랑의 낭만을 삼켰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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