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애찬(靑春哀讚) 두 번째..

by 삼장법사

고학년이 되고 보니 주위의 동기들이 모두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우리 법대생들의 진로는 딱 정해져 있다.


사법고시 등의 국가고시를 보거나, 검찰이나 경찰 등의 관련직종 시험, 그리고 소수지만 학점관리를 잘해 대기업 취업정도...


대학생활 내내 놀기만 했으니

학점도 엉망, 전공지식도 엉망인 난 그래도 차선책이자 기질과 맞다고 생각한 경찰시험을 보기로 한다.


그래도 법대생의 가오가 있지, 일반 공채로 들어가긴 싫고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한다.

미친 거다. 내 기억에 당시 40명의 경찰간부합격생 중 절반 이상이 서울대생이었는데...


아무튼, 경찰간부가 아닌 ‘경찰간부 시.험.준.비.생.’의 자격으로 신림동 고시촌으로 입성한다.



바뀐 건, 데이트 장소가 해운대가 아니라 서울로 옮겨진 것이고

바뀌지 않은 건, 부모님 등골 빼먹는 나의 생활이다.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공부해야

간신히 합격을 기대할 정도의 시험에

준.비.생.의 자격을 누리는 날라리인 내가 합격할 리 없다.


교제기간이 햇수로 6년이 되어가는 여친도

집안의 압박이 심했던지,

합격을 종용하며 내조에 최선을 다한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날 사랑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내가 그녀 옆에 있을 수 있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난 그녀를 사랑만 하였고 그녀 옆에 있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나였다.


노력은 하기 싫었고, 아름다운 꽃은 가지고 싶었다.



이제 서른이다.


나도 나지만, 형도 교원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줄곧 수석을 놓치지 않았던 건축학도 동생 녀석도

‘유학 가서 학위따오면 교수자리를 주겠다’는

교수님의 제안을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한다.


자발적인 결정이 아닌 현실에 의해

부모님 등골 빼먹기가 중단된다.


학원비와 생활비는 있어야 수험생활이 가능하기에

금, 토, 일 3일 저녁동안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과거의 금. 토. 일.은

그녀와의 행복했던 요일이었는데,

서른 살 현실의 금. 토. 일.은

밤거리를 헤매는 대리기사의 요일로 바뀌었다.



현실에 부딪혀야 철이 든다고 하지만,

사람이 바뀔 리 없다. 아니 바뀌기 쉽지 않다.

대리기사 일까지 하니 합격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러던 중,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시작된다.


(세 번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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