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3일 동안 대리운전을 하다 보니,
세상에 진상이란 인간군(群)은 다 경험하게 된다.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공부가 제일 편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공부에 탄력이 붙는다.
불안해하는 그녀에게 뭐라도 증명하고 싶어
경찰 일반공채시험을 본다.
합격이다.
그러나, 경찰학교에 입교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때 입교했다면
나의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래서 현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런 게 인생인 것 같다.
알량한 합격 사실 하나로 그녀에게 호기롭게 자신감을 내비치고 다시 시험공부에 매진한다.
그러던 중...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일이 일어난다.
함께 시험준비를 하는 형이 며칠 바람이나 쐬고 돌아와 다시 열심히 해보자며 여행을 제안한다.
주식으로 2백만 원을 벌었는데 맛난 것 먹으며 실컷 쓰다가 돈 떨어지면 오자고 한다.
노는 것 좋아하는 내가 이런 제안을 거절할 리 없다.
나의 애마 파란색 티코를 끌고 짝퉁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며 목적지 없이 출발한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군 생활을 했던 동해로 가보기로 한다.
제천을 경유하여 38번 국도를 타고 동해로 가기로 한다.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 꼬불꼬불 국도를 따라가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탄광이 있던 사북을 지나 고한에 다다르니 눈에 띌 정도로 잘 정비된 도로와 표지판들이 보인다.
탄광촌에 이렇게 휘황찬란한 간판이라니,
새로 산 양복을 입고 서울에 상경한 시골청년처럼 어색한 풍경이다.
큰 도로의 초입에 이렇게 쓰여있다.
강.원.랜.드.
'아~ 이곳이 뉴스에서 본 최근에 문을 열었다는 그곳이구나!'
형과 난 저 멀리 산중턱에 있는 압도적인 크기의 호텔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형이 여기 호텔에서 하루 묵으면서 카지노도 구경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난 형의 의견에 동의한다.
두 사람 다 처음 자보는 호텔이다.
발가벗고, 보드라운 호텔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다가 카지노로 향한다.
입구에 들어서니 멋들어진 양복을 빼입은 보안요원들이 인사한다.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걷는 배우가 된 기분이다.
형과 나 각각 10만 원씩 칩을 바꾸고 여기저기 어슬렁거린다.
영화에서 보았던 화려한 색깔의 룰렛이 있고,
그 룰렛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서 있다.
우린 게임방법을 몰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구경만 하다가,
몇 차례 룰렛의 휠이 돌다 보니 어렴풋이 게임방법을 알게 된다.
‘Balls going down'이라는 딜러의 말에 맞춰 사람들이 일제히 칩을 내려놓는다.
우린 다른 사람들이 놓지 않는 빈 번호에 만 원짜리 칩을 하나씩 올려놓는다.
그리고 휠에서 돌던 공은 36번에 떨어진다.
바로 우리가 칩을 올려놓은 그 번호다.
딜러가 형과 나에게 각각 35개의 칩을 나눠준다.
우리는 어리둥절한 마음에 일단 받은 칩을 환전소에 가서 환전한다.
35.만.원.
졸지에 70만 원이 생긴 우리는 밖으로 나와 환호한다.
호기롭게 호텔의 뷔페를 먹으며 흥분한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행의 종착지를 이곳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의 인생이 바뀐다.
(네 번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