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애찬(靑春哀讚) 네 번째....

by 삼장법사

5.5.8.8번

수감번호인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수감번호라 생각하며 힘든 사회생활을 버텼다.

카지노에 있는 호텔과 식당, 모두 돈을 지불하고 이용할까?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카지노를 잘 아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카지노는 고객에게 ‘player card'를 만들어주면서

고객의 게임시간이나 배팅액에 따라 숙박이나 식사 등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5588번은 나의 player card 넘버이다.

즉, 강원랜드에서 5588번째로 player card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1번에서 10,000번까지의 강원랜드 player card 소지자 중, 자살한 사람이 최소 수 십 명은 될 것이다.

인생이 망가진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현재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10프로도 안 될 거다.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요일마다 다른 색깔의 롤렉스 시계와 반지를 세트로 차고 있던 사업가는,

6개월 만에 강원랜드 주차장에 소형승합차를 세워놓고 거기에서 숙식하며 앵벌이로 살다가 사라져 버렸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모를 갖춘 여인도

어느 순간엔가 칩 몇 개에 몸을 파는 인생이 되어버렸다.

소설이라고? 실화다.

내가 직접 목격했다.

나, 그리고 함께 간 형도 그곳에서 처참히 망가졌다.

초심자의 행운 이후, 우린 그곳에서 정확히 일주일을 머물렀다.

그리고...

나는 천만 원, 형은 오천만 원의 채무자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돈을 만들어 다시 오리라고...



그렇다.

우리의 영혼은 이미 도박의 벨제붑에 의해 더럽혀졌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깟 시험, 카지노에서 돈을 한 수레 따면 된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으면 그녀도 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형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구할 수 있는 모든 돈을 모아 다시 카지노로 향했다.

나는 그곳에서 6개월을 머물렀다.

그리고, 집 한 채와 가족의 신뢰와 그녀를 잃었다.

그 형은 3년을 머물렀다.

그리고 그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돌아오게 된 과정은 너무나 기묘해 지금도 잘 설명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잃고, 돈을 빌려달라는 나의 전화를 지인들이 피할 때쯤 뭔가에 홀린 듯 난 죽기를 결심했다.



나도 모르게 카지노 안에 있는 전망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장 높은 층에서 내린 후,

난간에 기대어 섰다.


내가 떨어질 곳은 어디일까?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죽기 전 눈앞의 풍광을 담듯

나 역시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다 문득 카지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처음에는 그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계속해서 보다 보니 갑자기 그들이 마치 악마의 모습처럼 변하면서 나에게 와락 달려드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는데

눈을 떠보니 아무 일도 없던 듯 예전과 같은 풍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최면에서 깨 듯 내 정신도 돌아왔다.

몇 개월 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당시의 상황은 나에게는 신비할 정도의 경험이었는데,

이러한 의식의 흐름을 글로써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이 애석하다.


6개월간 제대로 먹지를 않아 체중이 15키로나 빠졌기 때문에

몸과 함께 정신도 피폐해져 환영이 보인건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내 정신은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잠시 자리에 주저앉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보안실로 향했다.

‘저의 출입을 정지해 주십시오’

진심인지를 묻는 보안팀장의 물음에

‘영구적으로 정지해 주십시오. 보안카메라를 보면 알겠지만 방금 난 저 위에 올라갔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카지노 꼭대기 난간을 가리켰다.

짧았던 그러나 강렬했던 나의 카지노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가보진 않았지만, 난 지금도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가족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게 되었다.

난 나와의 결혼을 위해

몇 년간 저축한 그녀의 적금까지 카지노에 고스란히 갖다 바쳤다.

나의 31살 현실은 처참했다.

가족 누구도 나의 말을 믿지 않았고,

한 여자의 일생을 망친 것도 모자라 새 출발도 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책은 이미 버린 지 오래이고,

그래도 그녀의 돈은 갚아주어야 했기에 대리운전을 다시 시작한다.

그러기를 3일째,

나의 잘못에 대한 하늘의 벌이 시작된다.


(다섯 번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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