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땅 일구기

by 이주성


#. 낯설기만 했던 김포로 이사 온 지도 3년이 되어 간다. 처음 누군가 하필 왜 거기로 가냐고 물었을 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 후에 미리 문장을 준비해 보기도 했다.


"아 여기는 바로 예술의 중심 홍대랑 어떻게 가깝고……(가깝지 않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 거고……(어떻게 되지)."


이리저리 부딪치고 살아보며 얻은 이유를 적는다.



나는 땅을 일구려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심지어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와 앞으로 그려보는 풍경을 여기저기 심고 가꿀 땅을 찾아온 것이다.




#. 아는 이 없는 낯선 도시에 살게 되면 매일이 여행이 될지 모른다 말했던가. 나는 고향이 없다던 노랫말의 뜻을 여태 몰랐다.


여행을 온 이방인처럼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정처 없이 사진을 찍는다. 내가 살게 된 땅을 걸음으로 익힌다. 독립운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도심과, 번화가와 호수공원이 어우러진 신도심이 섞여 있다. 외곽을 넘어서면 너른 논과 밭, 허공, 땅을 밟는 철새. 녹슨 공장과 참신한 시도를 하는 대형 카페들이 군데군데 자라나 있다. 내가 처음 느낀 이 도시의 인상은 너른 시야와 그 속의 다양성이다.


탁 트인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위를 살아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내 고장 안산처럼 외국인도 참 많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와, 나이 든 마을이 같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른 시야 속에 자리를 잡는다.

저마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나를 북돋아준다.

제 시간 속에 삶을 살아보라고.




#. 2년 전부터 <SEASONOFF>라는 이름으로 3D 창작 스튜디오를 내며 일하고 있다. 제품영상, 전시영상의 모션그래픽을 제작한다.


명함을 만들어 건네고, 갖가지 인터넷 플랫폼에 소개 글을 게시하고, 제안 메일을 보내고, 세미나에 참석해 나를 소개했다.


아주 민망하고 고되었으나, 덕분에 먹고 산다.

꿈만 꿀 때는 먹고사는 게 이렇게 중요할 줄 몰랐는데, 먹고살아야 꿈도 꿀 수 있다니.




#. 요즘은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내놓아보는 꿈을 꾼다.


자신이 단단하게 디딜 수 있는 땅을 느껴보는 경험, 각자가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보는 경험, 수많은 그늘이 모여 이루는 숲을 함께 바라보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변화하고 소외되는 도시에서, 자신의 잎과 가지를 키우고 꿋꿋하게 그늘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경험과 제품들을 제작해 보려 한다.


말을 자주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실현되곤 한다. 꿈을 종종 이야기로 풀어보자.




#. 안전한 땅에는 강한 돌풍을 막아낼 벽은 없지만, 자신을 깊이 있게 내릴 단단한 땅과 너른 시야가 있다. 내가 바라는 안전은 그저 저마다의 이야기가 죽지 않는 것이다. 비바람 앞에서도 유연히 눕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천둥과 춤출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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