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날이 저물고도 춥지 않아서 얇게 입고 나올 수 있는 온도다. 러닝을 취미로 삼은 지는 몇 해가 되었다. 전역한 이후로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에 놀랐던 것이 이유였다. 분명히 나는 해지는 영광대교를 왕복해서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의 감각을 되살리며 조금씩 달려본 것이 시작이었다. 여태도 달리기를 계속해온 이유는 바람을 가르며 땀을 흘릴 때 개운한 기분과, 내가 쉬지 않고 뛰어가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 하는 감각, 호흡이 가빠오다 이내 가지런해지는 과정이 나를 제법 그럴듯한 사람이라 느껴지게 해서 좋았다. 하루 중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순간이 된다.
겨울에는 혼자 달리는 날이 많았다. 날이 풀린 요즘은 밤에도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들도 눈에 띈다.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사람, 마주 오며 뛰는 사람, 건너편에서 멀리 달려가는 사람이 여기저기 같이 뛰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방향도 다르고 달리는 속도도 제각각인데 함께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안정된다. 따뜻한 우주가 된다.
2025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