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6일
두서없이 통영을 찾아왔다. 통영은 내가 고향처럼 여기는 도시 중 하나다. 여러 예술가의 자취가 묻어있는 도시는 거리마다 이야기가 놓인 도서관 같다. 아는 이 하나 없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서피랑 어귀를 돌아가다 박경리 선생의 생가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는 다른 이가 살고 있고, 금속으로 된 표지가 남아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작가가 ‘문학, 그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했던 기록이었다.
"고독하지 않고서 사물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고독은 즉 사고니까요. 사고는 창조의 틀이며 본(本)입니다. 작가는 은둔하는 것이 아니며 작업하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도피하는 것이 아닌 작품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통영항에서 소매물도로 향하는 배를 찾아 탔다. 며칠 전 미륵산 꼭대기서 바라본 섬은 작고 검었다. 먼바다 위에 서 있는 모양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자, 멀었던 소매물도가 서서히 울창해진다. 몇 명의 사람들이 내리고, 이내 흩어져 섬을 걷기 시작했다.
고독한 사람이 어느새 울창해진 섬을 걸음으로 읽는다. 숲에는 청명한 빛과 신록이 뒤섞인다. 새들은 처음 듣는 노래를 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닳고 날렵해진 바위를 방금 태어난 거품이 하얗게 덮는다. 얕은 바다에서 몽돌들이 이리저리 재잘대고, 한때 갈라져 있던 섬을 다시 하나로 잇는다. 바다는 멀리 창백하고 홀로 선 섬은 이야기로 참여하고 있다. 해가 금세 저물었다. 크기가 크든 작든 섬을 하루에 보기에는 시간이 바쁘다. 마지막 배가 들어섰고, 숨을 가득 들이마신 채 배에 올랐다. 섬이 다시 먼 바다 끝으로 작아지는 걸 바라본다. 문득 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꼭 숲이 우거진 섬이면 좋겠다.
숲이 있는 섬. 숲으로 참여하는 섬.
나는 종종 나에게 와서 쉬고싶다.
그리하여 땅에 나무를 심듯, 숲을 그리듯 글을 써보려 한다.
간지러운 감상과 계절처럼 새어든 기억을
쥐었다,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