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주하다.

대학원 시험 1 - 시험 보기 전날

by 지금은 함박꽃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 유난히 길게 10월까지 이어지던 늦더위가 10월 16일 아침에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거라 했다. 얼음을 마주하는 지역도 있단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낮 최고기온도 10도~12도(평년 21~24도) 정도라 했다.


'반팔 블라우스는 안 되겠네.'


대학원 면접 때 입으려던 옷을 바꿔야 했다.


갑자기 돌변한 날씨. 2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혼자 달려야 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 ( 평소 30분 이내 출퇴근할 때만 운전을 해온 나). 많은 지원자로 인한 자신감 상실. 나이에 대한 부담감. 합격하더라도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크게 부풀리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나?'


살아가면서 진정 연구해 보고 싶은 학문이나 주제를 만난다는 것은 나름 행운이다. 20대 끝 무렵에 그런 공부가 있었기에 직장 생활, 육아, 살림을 하면서 야간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다. 외적으로 나의 생에 변화를 준 것은 없지만 내면적 성장에 나름의 도움을 준 시간이었다. 얼마 전 짐 정리하다가 본 그 해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영양실조 상태였다. 힘들었었나 보다. 지나간 시간이라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뇌의 영향으로 그래도 잘 지내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여 년이 흘러 이제 또 연구해 보고 싶은 주제를 만났다.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나답지 않게 고민도 없이 지원했다. 근데 시험 하루 전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합격을 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도 그것은 아니지. 접수해 놓고 안 가다니. 아예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후회와 아쉬움을 낳을 뿐이야.'


나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다. 혼자 낯선 길을 2시간 넘게 운전해 보는 것도. 젊은이들 틈에서 멋지게 면접을 보는 것도. 청년은 65세까지. UN에서 너도 청년 나도 청년이라잖아. 가을 내음 가득한 캠퍼스를 방문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보자.


내일 아침 10시에 출발해야지. 아, 머리 염색은 좀 하고 가자. 그래도 흰머리 난 제자는 부담스러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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