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99호,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황새는 전 세계 전체 개체수가 약 1000마리~25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농약 사용에 따른 오염, 그리고 급속하게 증가한 낚시꾼들이야말로 오늘날 황새를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다행히 최근 황새의 종복원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부화 이후 야생으로 방사된 개체가 많아지고 있다.
이 귀한 황새를 만경강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황새라는 이름을 들을 때 황자가 누를 황(黃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황새를 만나면 황새의 어느 부위가 노란가를 먼저 살핀다. 하지만 황새의 원래 이름은 한새였다. 크다는 의미에서의 한새가 황새로 변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만경강에서 황새가 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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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황새는 다른 새에 비해 비교적 친숙한 새다. 우리 속담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황새와 뱁새를 본 적이 없더라도 이 속담을 습관처럼 말하면서 살아왔다. 여기에 등장하는 뱁새는 참새와 비슷한 붉은머리오목눈이이다.
황새는 한때 전국적으로 번식하는 텃새이자 겨울철새였다. 황새는 논이나 하천 등에서 서식하면서 어류, 개구리, 들쥐 등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지금은 천수만, 순천만, 낙동강 하구 등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귀한 철새가 되었다.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찾기 힘든 새들이 많아지고 있다. 새와 인간의 공존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모르는 이가 만경강 주변을 본다면 아까운 땅이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황무지처럼 잡풀이 무성한 땅을 개발하면 돈이 얼마인데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버드나무가 한두 그루 늘다 보니 어느 날부터 맹금류가 사라졌다. 맹금류에게는 숲이 늘어난다는 게 달갑지 않다. 맹금류에게 숲이 생긴다는 건 일단 날갯짓을 펴기가 쉽지 않고 사냥에도 방해가 된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추위가 몰아치면 한반도를 찾는 겨울철새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강원도 철원은 재두루미로, 주남저수지는 재두루미, 순천만은 흑두루미, 그리고 군산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철새들이 있다. 그러나 만경강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겨울철새가 없다. 물론 철새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철새가 대부분이다.
만약 만경강에 독수리가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도 새만금에는 말똥가리와 흰꼬리수리, 그리고 독수리가 있지만 먹이가 좀 더 풍부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특히, 독수리가 좋아하는 내장이나 비계, 그리고 썩은 고기 등은 구하기도 쉽기 때문에 지자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만경강의 생태계가 변할 수 있다. 독수리를 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관광객이나 관광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바로 인위적인 개입이 빚는 자연생태계의 변화이다. 이전에 양식을 위해 도입했던 황소개구리나 베스가 우리의 토종 생물계를 어떻게 파괴시켰는가를 이지 않아야 한다. 독수리를 끌어 모으기 위한 방법 역시 자연생태계의 인위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독수리의 증가가 만경강 생태계에 또 다른 간섭으로 작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선회 장면은 언제 보아도 멋있다
새들은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순간 경계하거나 날아가버린다. 새는 쉽게 곁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새의 운명이기도 하다. 곁을 주거나 방심하는 순간 새는 천적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먹이를 먹을 때조차 주변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먹고 먹히느냐가 늘 화두이다. 만경강도 예외는 아니다. 상위 포식자들이 등장하면 나머지는 피하기에 급급한다. 삵이 출현하자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던 철새들이 바짝 긴장한다. 하지만 호기롭게 등장한 삵은 한 마리도 사냥을 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