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탐조의 매력은 뜻밖의 겨울철새를 만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우연히 만나게 되는 길을 닮아 있다. 꼭 봐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가더라도 만날 수 없는 게 새의 세계이다. 보고 싶은 꽃을 보기 위해서도 적당한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지만 새는 더더욱 그렇다. 열정이나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게 바로 새를 만나는 일이다. 특히 새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탐조 시에는 날씨 확인이 꼭 필요하다.
만약 바닷가에서 새를 보러 간다면 물때를 맞추어야 한다. 날씨도 중요하지만 섬지역이나 바닷가에서는 물때가 새의 움직임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때를 맞추는 일은 출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를 보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간조(干潮)와 만조(晩潮)를 아는 것이다. 새에게 물때는 먹이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물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새를 보는 것을 아예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김제를 가로지르는 만경강은 동진강과 더불어 호남평야의 젖줄이자 어머니 같은 강이다.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김제평야는 지평선으로 유명하다. 그 지평선을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만경강이다. 이제 그 만경강은 겨울을 나기 위해 철새들이 찾는 휴식지로 변했다. 한때 만경강이 오염되었을 때는 철새들 역시 외면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가을 무렵이면 만경강은 억새로 뒤덮인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물억새이다. 무심한 듯 피어 있는 물억새야말로 만경강이 낳은 자랑이다. 노을이 질 무렵 물억새를 이고 만경강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없던 낭만도 저절로 생긴다. 여기에 겨울철새들이 날아간다고 상상해보라. 지금이라도 당장 만경강으로 발길을 옮기고 싶어지지 않는가?
사람들이 만경강에 대해 모르는 비밀이 있다. 거창하게 트레킹까지는 아니어도 만경강 둘레길이라 할 수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찾지 않기 때문에 호젓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은 만경강 산책길이 주는 덤이다. 게다가 만경강 길목마다 겨울철새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만경강을 찾는 이라면 어렵지 않게 왜가리와 대백로를 비롯해서 민물가마우지,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삑삑도요, 홍머리오리, 청둥오리, 흰비오리, 비오리, 논병아리, 뿔논병아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여기에 멧비둘기, 되새, 딱새, 쑥새, 오색딱따구리까지 보이기도 한다. 익산시는 만경강 수질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한 왕궁정착농원 현업축사 매입과 생태복원사업을 전개해 왔다. 철새의 증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만경강 주변의 버드나무는 오색딱따구리가 먹잇감을 구하는 곳이자 둥지를 튼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경강 주변길을 걷다 보면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버드나무를 쉽게 만날 수도 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말똥가리와 황조롱이, 독수리, 그리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뭐니뭐니 해도 만경강에서는 민물가마우지를 빼놓을 수 없다. 수백 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늘어서 있는 풍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날아갈 때면 목을 쭉 빼고 날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날렵한 느낌만이 아니라 경쾌함까지 안겨 준다. 가끔 다른 조류도 날기는 하지만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건 역시 민물가마우지와 흰뺨검둥오리이다.
만경강에서는 기러기와 함께 간혹 갈매기를 만나기도 한다. 갈매기 하면 자연스럽게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강에서 갈매기를 만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바닷길을 따라 괭이갈매기며 붉은부리갈매기들이 육지까지 날아온다. 괭이갈매기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하여 괭이갈매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다고 배에서 하듯이 새우깡을 줄 수는 없으니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