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독수리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 흰뺨검둥오리, 큰기러기, 왜가리, 댕기물떼새를 볼 수 있었다. 습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흰뺨검둥오리 한편에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가 강바닥을 부리로 저으며 걷고 있다. 먹이를 잡았다면 고개를 들었을 텐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지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겨울 부리를 물에 담그고 있어야 하는 노랑부리저어새가 만약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
한겨울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노랑부리저어새 한 마리
순천만을 훑는다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고개조차 들 수 없는 신세라
눈을 부라려 보지만
좀처럼 성이 차지 않는다
고개를 숙여야
삶이 열리는 운명이라서
하루에도 열두 번
땅에 고개를 조아린다
큰 욕심 내지 않아도
물고기 한두 마리면 족하련만
몇십 분째 바닥을 훑어도
본전도 못 찾는다
양옆으로 부리 저어가며
농부가 땅을 가는 심정으로
습지 전체를 걸어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 노랑부리저어새가 사는 법
순천만을 찾는 겨울철새 중 댕기물떼새는 우리나라에서 10월 하순에서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자 나그네새이다. 평소에는 유라시아 북부에 분포하며, 겨울을 지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간척지와 해안가와 가까운 습지나 농경지 등에서 쌍으로 무리를 지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 부위에 검은 도가머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순천만에서 만난 또 다른 희귀종은 댕기물떼새이다. 지난번 주남저수지에서 한 번 보았던 새라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댕기물떼새의 몸길이는 대략 22~30㎝ 정도이다. 이마와 머리 꼭대기, 뒷머리는 검은색이며, 어두운 녹색을 띠는 금속성의 광택이 있다. 그래서인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빛의 반사 때문에 깃 색깔이 다르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로 지금은 제한된 몇 곳에서만 관찰되고 있다.
순천만에서 갈대나 겨울철새를 만난다면 당신은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것이 순천만 습지를 가득 메운 갈대이거나 아니면 겨울철새일지라도 상관없다. 갈대가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를 따르듯 우리도 자연의 흐름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순천만을 걷다 보면 겨울철새들이 한가롭게 볕을 쬐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부산히 움직이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조차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리라.
이제 그들은 봄이 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그동안 정들었던 순천만과 이별할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연 속에서 살면서 터득해온 본능이자 삶의 지혜일 수도 있다. 그들의 몸속에 내재한 DNA가 고향으로의 회귀를 부를 수도 있다. 우리가 한겨울 순천만을 찾는 것은 겨울철새들을 보며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위안을 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이 겨울, 내가 순천만을 간절히 떠올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