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과 새벽에 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카톡 중이었다. 그분이 어제 단톡방에 올린 사진 한 장도 내가 쓴 글에 관여했던 터라 바로 답을 했다.
오늘 해보세요. 겁먹지 마시고
라고 글을 남겼다. 그랬더니 바로
배운 다음 도전하려 했더니... 바로 짤렸네요!
라는 답이 왔다. ‘짤렸네요!’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내 딴에는 그분께 파격적인 대우를 한 것인데 그분은 반대로 느낀 셈이다. 살짝 서운했다. 내 진심이 외면당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각자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우리는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한모 검사가 기존 직장에서 잘리고 법무부로 간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검찰 사이에서 ‘가짜 뉴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오늘 아침 기사 검색에서도 1순위로 나올 정도였다. 기존 직장에서는 잘린 셈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초고속 승진이며 전례 없는 파격적인 인사일 것이다. 그분이 내게 ‘짤렸네요’라고 표현한 이유는 아마도 글쓰기에 대해 보다 친절한 안내나 설명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었으리라.
내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평소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듣고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풍부하다.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나 그 내용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더군다나 지금 근무하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글로 써도 책 한 권은 훌쩍 넘어설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글쓰기 이론을 생각하니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다. 글쓰기에 이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이론에 얽매이다 보면 더 글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평소 말하는 대로 그냥 쓰면 되는데, 우리는 거기에 여러 전제조건을 단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시간이 안 나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등등 흔히 말하는 핑계가 많다. 그런 조건들은 자신이 지금 당장 글을 안 써도 이해해달라는, 아니 어쩌면 지금 이야기 쓰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그런 조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글쓰기에 진입할 가능성은 멀어진다. 이미 자신이 스스로 만든 보호막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이유를 댈 수 있으니 그걸로 밀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그게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일까?
가끔 혼자 여행을 가기가 두렵다는 분을 만난다. 심지어 혼자 여행을 못 가는 이유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나 싶다가도 그럴 수도 있다로 생각을 바꿔본다. 해보지 않았으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두렵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자신감이 붙는다. 흔히 하는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 글에 대해 편견과 오해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은 작가가 쓰는 영역이고 자신처럼 평범한 이는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 번 글쓰기의 맛을 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주변에 쓸 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감히 단언하건데 미뤄서는 답이 없다. 한 번 미루면 두 번 미룰 수 있고, 다음에는 그걸로 자신을 합리화시켜버린다. 자신이 지금 만나는 사람, 주변에 피는 꽃들, 전화 한 통. 쓸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처음부터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쓰기는 어렵다. 천재가 아닌 이상 시작단계에서는 누가나 터덕거리가 마련이다. 지금 잘나가는 작가들도 그런 시기를 거쳤다. 우선 그걸 인정해야 한다.
나는 식물 공부할 때 초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작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는 체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초보를 훈장처럼 내세웠다. 초보를 혼내는 고수들은 많지 않다. 그들 역시 쓰디쓴 초보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내가 초보의 두려움을 걱정해서 산으로, 들로 나서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식물 이름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보들은 행운아이다. 그들은 엄청난 무기를 가진 셈이다.
어떤 일을 하면서 걱정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걱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보다는 몸으로 체득하면서 익히는 게 훨씬 더 낫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쓰기도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원은 많은데 제대로 개발하지 않은 원석과 같다. 만약 당신 곁에 그런 원석을 발견하는 이, 그리고 그 원석의 가치를 말해주는 이가 곁에 있다면 한 번 힘을 내보자.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당신도 다른 이에게 그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렇게 시작했다.
지금 당신처럼 어설프고 가끔 더듬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