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천국, 신안 임자도

by 산들


신안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 여운은 가시지 않는다. 왕복 7시간이 넘는 거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웠지만 그것이 내가 떠나는 걸 방해할 수는 없었다. 여행을 떠나는 일은 단지 새로운 만남만이 아니다. 내가 알던 세계와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매번 여행을 떠나면서 기대를 한다. 오늘은 무엇을 볼까, 누구를 만날까, 무슨 음식을 먹을까 등등 대부분의 기대는 설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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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우연의 연속이다.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계획과는 다른 일들이 수시로 벌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여행은 나를 성장시켰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가는 힘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여행 목적지는 신안군 임자도였다. 4월이면 신안은 꽃으로 뒤덮인다. 선도의 수선화 축제를 비롯해서 임자도의 튤립 축제가 그것이다. 지리적인 특성상 일찍 봄이 오는 남도에서 꽃이 만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신안이 꽃에 주목한 사실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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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임자도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배를 타고 갔던 기억의 섬이었다. 임자도까지 거리는 멀지 않았으나 그렇게 가까운 거리라도 배를 타야 한다는 사실이 신안이 섬이라는 사실을 실감 나게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예전이라면 배 시간을 알아봐야 했으나 이제 임자도까지 다리를 거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자대교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예전에 배를 탔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추억과 현실의 사이에는 우리가 넘을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축제의 영행 탓인지 임자도 가는 길이 조금씩 막히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임자도 튤립 축제는 취소였다. 무려 백만 송이 튤립이 핀 임자도는 꽃천지였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기 위해 고생한 이들이 노력이 코로나 때문에 허사가 되었을 때 얼마나 허탈했을까. 많은 이들은 꽃밭을 배경으로, 일부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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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임자도 테마는 홍매와 만난 튤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홍매는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튤립공원을 이곳저곳 다녀보았다. 백만 송이에 달한다는 임자도 튤립 정원에는 튤립마다 이름표를 달아두어 다양한 꽃 이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저 사진만 찍고 말 뻔했다. 이러한 사소한 배려가 지역을 기억나게 하고 좋은 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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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해변에는 깡통열차가 운행 중이었다. 이 열차는 임자도의 사회적기업 대표인 정창일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그는 그동안 법인 설립 이후 7~8년 동안 고생이 심했다고 말을 꺼냈다.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사회적 기업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이번에 야심차게 준비한 깡통열차가 대박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기다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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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기 만점인 깡통열차의 가장 큰 문제는 물때를 맞혀야 한다는 점이었다. 깡통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에 잠기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깡통열차를 언덕 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당연히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야속한 일이지만 방법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후 4시경이면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주말에만 운행한다고 한다. 평일에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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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표는 현재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의 사업 구상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인근 숲을 치유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지역 사회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다행히도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지금은 직원도 열 명이나 두는 등 사세 확장 중이라 했다.


어제 찍은 동영상이라며 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갈매기가 깡통열차 위를 따라다니는 동영상에는 해가 근사하게 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 멋진 풍경을 보려면 다섯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임자도에서 만나는 깡통열차는 튤립축제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부디 임자도에서 일몰을 보고자 하는 분들은 시간을 맞추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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