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여행지, 증도

by 산들


내친김에 수선화로 유명한 선도까지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도로 가는 마지막 배를 타러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여행이었다. 대신 나는 증도로 길을 잡았다. 증도에는 여의도 2배 크기라는 태평염전이 있다. 이곳에는 소금박물관과 태평염생식물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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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도 소금박물관 주위에는 사람들이 꽃구경을 갔는지 별로 없었다. 소금박물관에서는 몇 명의 관광객이 있었지만 그나마 태평염생식물원에는 두 세명이 있다가 어느 순간에 사라졌다. 하기야 이렇게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시절에 꽃구경을 하러 가지 누가 소금을 보겠다고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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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평염전 소금박물관부터 찾았다. 예로부터 소금은 증도를 먹여살린 튼실한 자원이었다. 한때 소금을 가득 채웠던 창고는 지금은 소금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신화와 전설에 남아 있는 소금 이야기가 그곳에 있었다. 하기는 소금을 빼고 우리 삶의 이야기가 남아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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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태평염전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금사진을 공모하는 중이다. 운이 좋으면 당신이 소금과 멋진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소금과의 추억을 쌓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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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박물관이 빚어낸 빛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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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아이스크림을 들고 산자락을 오르면 전망대가 보인다.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10여 분이면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태평염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나는 그곳에서 작은멋쟁이나비를 만났다. 놈은 나를 놓아주지 않고 근처를 계속 오가며 유혹했다. 마음이 약해진 나는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놈과 놀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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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유채꽃이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봄이 짧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인생맛집이라는 표현 때문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해지는 풍경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이처럼 너른 염전에서 보는 맛은 또 다르다. 마음 같아서는 해질 무렵까지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러기에 증도에는 갈 곳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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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생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염생식물들



소금박물관 옆에 위치한 태평염전 염생식물원은 그 규모도 엄청나지만 분위기만으로도 걸을 맛이 난다. 지금철에는 띠풀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가을에는 칠면초가 올라와 더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증도하면 떠오르는 그 멋진 모습은 바로 이 태평염전의 염생식물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곳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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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생식물원을 가로지르는 데크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몸 전체가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나는 그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딴 세상을 혼자 전세 낸 느낌이었다. 홀로 그 멋진 풍광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치이지 않고 오롯이 자연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증도의 풍경은 사진을 찍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전에도 증도를 찾기는 했으나 그때는 해수욕장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이런 멋진 풍경이 증도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런 멋진 신안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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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데크를 걷다 보니 군데군데 염생식물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염생식물을 공부하기에도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생식물은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류지만 제대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표지판에 친절하게 설명을 해놓으니 또 색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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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배라는 말처럼 태평염전을 지나가는 내내 소금밭이 눈에 들어왔다. 소금을 국가에서 전매하며 관리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염전들은 태양광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대부분의 염전이 경제성 때문에 태양광으로 넘어가는 판국에 이렇게나마 우리 소금의 맹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견했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천일염이 값싼 중국 소금에 밀려 사라진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슬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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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증도를 다녀왔지만 다른 세상을 다녀온 것 같았다. 다시 이런 멋진 세상을 만난다면 나는 집에 오지 못할 것만 같다. 좀 더 느긋하고 오래 머물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밤하늘이 흘러가는 걸 오래오래 지켜볼 것이다. 증도를 만난다면 당신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그것이 당신이 증도로 가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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