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글을 남겼다. 신호 정지 중 뒤에서 트럭이 와서 받았다 했다. 브레이크도 안 밟은 상태에서 그대로 받혔으니 충격이 상당했을 것이다. 한동안 충격으로 멍한 상태에서 목숨이 오고 가는 그 짧은 시간에 그에게 깨달음이 왔다.
세상은 나를 한 번씩
정신이 번쩍 들게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지나면 그뿐
용쓰지 말라고 합니다
대충 살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빌자면 부질없는 인생 정도가 되겠으나 내게는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다는 말로 읽혔다. 자신은 신호를 잘 지켰지만 뒤에서 받는 걸 어찌하겠는가.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는 자기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하기야 우리가 욕심을 낸다고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어차피 모든 걸 내 마음대로 하며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점에서 우리는 많은 걸 내려놓지 못하고 산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 걱정해서 될 일이라면 당연히 걱정을 해야 하지만 그래서 해결되는 일은 별로 없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붕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산다는 이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 봐야 무너질 거라면 이미 무너졌을 텐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불을 붙이는 게 욕심이다. 그만하면 괜찮은 편인데도 끊임없이 다른 이와 비교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의 대상에 놓는다. 안 그래도 될 텐데 자신을 들들 볶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는 중독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혹사시킨다. 그러다가 덜컥 병이라도 걸리면 그제야 후회를 한다. 바로 앞도 모르고 사는 게 우리 삶인데 그걸 모르고 바보처럼 무작정 달리는 데 익숙하다.
불만이 많은 사람은 모든 게 불평의 대상이다. 날씨가 좋은 것도 흐린 것도, 비가 오는 것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심통이 난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너는 왜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냐는 고약한 심보가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나만 희생하는 것 같아 속상하고 원통하고 화가 난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모두가 내가 잘해서이고 노력해서이다. 물론 그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남들보다 잠을 덜 자고 고생하고 노력했을 것이다. 순간순간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도 느꼈을 것이다.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원망도 했으리라. 하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말이 기억난다. 용쓰지 말고 대충 살아도 된다.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도는 해볼 일이다. 대충 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그래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다들 여기까지 왔다. 그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나는 가끔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제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도 신기하고 누군가가 나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는 일도 놀랍다.
가끔 우리는 정신이 번쩍 나는 일을 겪는다. 교통사고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매일 소소한 충격을 받으며 산다. 다만 크거나 작거나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떤 이는 충격파가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정신줄을 놓기도 한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간다. 살면서 또 후회하고 반성하고, 가끔 먹구름 속에서 비치는 햇살에 안도하기도 한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