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맛집 신안

by 산들


신안으로 떠난다.

신안은 해질 무렵이면 평소와 다른 또 다른 얼굴로 변신한다. 찬란히 빛나던 태양이 눈동자를 감추면 남겨진 섬들은 어둠 속으로 조금씩 몸을 숨긴다. 저녁 어스름이 섬 주위를 감싸며 모든 것이 침묵 너머로 사라져간다. 나는 잠시 차를 세우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다. 이처럼 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신안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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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운전을 하다 두 번이나 차를 세우고 바닷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내가 아는 한 가장 독보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만약 음악이나 그림이나 다른 표현도 그 장엄함을 조금이라도 묘사할 수 있었더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황홀하고 눈부신 일몰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나는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매일 아침마다 하루가 새롭게 열린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시작한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침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가 선물처럼 주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저녁 무렵 하루가 마감으로 들어서는 단계에 느껴지는 감정을 또 다르다. 하루의 정점은 해가 지는 것이다. 하루를 하얗게 불태운 세상이 고즈넉한 모습으로 어둠 안으로 사라지며 매일매일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장관이다. 그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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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부러 분계 해수욕장을 들렸다. 불과 20여 분만 가면 되는 거리에 목적지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가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차와 배를 탄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수국과 팽나무와 보냈던 하루였다.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일몰로 유명한 분계까지 갈 수 있다면 오늘 하루 일과는 완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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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은 매번 갈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만약 내가 제주도에 살았더라면 매일매일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겼을 것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을 마주하는 일이란 얼마나 설레고 감동적이던가. 시간 흐름과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제주도만큼이나 신안 역시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나는 어느새 이 동네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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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이 가지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글로 다룰 수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루게 된다면 신안의 명물 맛집을 소개하고 싶다. 사실 나도 그런 맛집은 만나보지 못했다. 미인송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근사한 분계해수욕장, 거대한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는 둔장해수욕장과 무한의 다리, 갯벌을 머금고 있는 짱뚱어다리와 태평염전을 감싸고 사라지는 증도의 일몰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신안에서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날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느 날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넋을 잃고 쳐다만 보고 올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글을 읽는 이가 신안을 방문한다면 최대한 오래 머물기를 권하고 싶다. 하루만에 신안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고 훌쩍 돌아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적어도 며칠은 투자해야 일몰 맛집 신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세계 3대 석양이라는 필리핀의 보라카이의 해질 무렵 석양은 환상적이었지만 신안의 해지는 모습 또한 그의 못지않은 매력을 갖고 있다. 신안에서 해가 뜨거나 해지는 모습에서는 우리처럼 조바심을 내거나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려터지지도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길을 걸어가는 느긋함이 느껴진다. . 어느덧 해는 지고 남은 일은 신안에 머물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 이제 해야할 일은 당신이 신안에서 직접 노을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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