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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Nov 16. 2022

우리에게 수달이 올 때

어느 날 지역 뉴스에 전주천에 수달이 나왔다는 기사가 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오다니 한편으로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이후 전주천 옆을 지날 때마다 실제 볼 수는 없었지만 저곳 어디쯤 수달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잠시 머물러서 보곤 했다. 


새로운 영웅의 출몰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법이다. 반대로 우리 주변에서 무엇인가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소식에도 사람들은 뜨거운 호기심을 보인다. 수달이 전주천에 돌아왔다는 것은 수달이 생활할 만큼의 먹이군이 형성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살 만한 여건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수달을 도심에서 보게 되다니 한편으로는 감격스럽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도심에 나타난 수달에 사람들은 열광하는가? 수달이 수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수달이 서식하는 지역의 수환경 건강도를 평가하는 지표종(indicator species)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수달은 귀여워 보인다. 언젠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관심 있는 멸종위기동물에 대해 써보자고 했더니 대상 후보 1위가 수달이었다. 아마 아이들이 수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달의 외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귀여워 보이는 수달이라 할지라도 실체를 아는 순간 환상을 깨질 수 있다. 


도심에 수달이 돌아온다는 것은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복원 상태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수달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먹이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수달은 잊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다. 전주천에 수달이 등장했다는 것은 먹을 만한 물고기가 많다는 이야기고 생활할 만한 터전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전주시에서는 수달의 안전한 서식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태섬을 만들고 이동통로,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했다. 뿐만 아니라 로드킬을 막기 위해 그물도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니 전주시 입장에서는 쉬리, 수달이나 삵의 등장만큼 청정지역의 특징을 홍보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 


전주시가 전주천과 삼천 합류지점에 마련한 수달 보금자리


수달은 주로 하천을 따라 살기 때문에 활동 영역이 면이 아니라 선형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지닌다. 수달의 행동반경을 나타낼 때 면적이 아니라 길이 단위로 표시하는 이유이다. 수달은 야행성이 강해서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 슬슬 굴속에서 나와 사냥을 시작한다. 시각에 의존하는 수달은 비록 밤이라도 별빛이나 달빛 혹은 다른 반사된 빛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이다. 물이 혼탁할 경우, 수염을 이용해서 물고기의 이동을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매끈한 유선형의 몸을 가진 수달은 물속에서 전후좌우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수영이 가능하다. 물갈퀴가 달린 네 발을 이용하여 빠른 이동도 할 수 있다. 성체 수컷 수달 한 마리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15%에 해당하는 1㎏의 먹이를 먹는다. 비교적 성장 속도가 빠른 수달은 토종 물속 생물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배스나 블루길 같은 생태계 교란 외래어종을 좋아한다. 실제 수달의 배설물을 분석하면 배스의 뼈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수달을 많이 사냥하는 이유는 바로 모피 때문이다. 수달의 털가죽은 방수와 보온 능력이 매우 우수해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모자나 목도리를 만드는 데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밀렵보다는 하천 개발에 따른 서식지의 파괴가 수달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며 어린 개체가 이동을 위해 길을 나섰다가 로드킬 등 교통사고 때문에 죽기도 한다. 간혹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먹기 위해 나섰다가 통발그물에 걸려 죽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 통발 그물 입구에 수달보호 격자를 설치하면 수달은 들어갈 수 없지만 물고기는 정상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수달의 겉모습은 귀여워 보이지만 사실 어민들에게 있어서 수달은 골치 아플 뿐이다. 밤새 쳐놓은 그물을 헤집고 고기를 다 잡아먹는가 하면 주변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린다. 피해를 보는 것은 어민만이 아니다. 농사꾼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다. 이런 상황이니 어민 입장에서는 수달이 천연기념물이 아니라 원수 같은 존재일 뿐이다.    


수달가족, 한국수달연구센터


문제는 수달이 주변의 생태환경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달은 지능이 높아 한 번 먹이터로 지정한 장소를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습성이 있다. 수달에게 한 번 습격당한 양어장, 수족관 등이 반복해서 피해를 입는 이유이다. 문제는 피해가 심각해도 수달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포획하거나 살처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수달이 끼치는 여러 피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달 보호 정책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들의 논리는 수달을 천연기념물로 보호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폐해가 너무 심하니 적절한 대응과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수달도 자연 생태계에서 살기 위한 방식일 텐데 인간의 시각으로 보면 유해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 수달은 양식하는 물고기를 해치는 동물에 불과하지만 그건 수달의 잘못이 아니다. 수달은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먹이를 구하고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래도 가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자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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