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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Dec 11. 2022

섬에 간다는 것

무사히 집에 잘 도착했다. 

신안에서 출발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했던 피곤이 도착하면 안도의 한숨으로 바뀐다.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잘 다녀왔으니 감사할 수밖에. 다른 때와 달리 이번 일정은 1박 2일이었기 때문에 한결 여유로웠다. 평소 같으면 당일치기로 다녀왔을 수도 있지만 1박을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여유로웠다. 1박을 하는 것은 시간을 늦춘다. 그만큼 마음이 바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신안은 아무래도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혼자만 다니던 신안여행에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곁들여지니 더 풍성해졌다. 가끔 우리는 누군가가 오랜 고생과 경험을 통해서 축적한 지식을 나눠 갖는 특별한 기회를 부여받는다. 모든 이가 다 그런 혜택을 입는 건 아니고 극히 소수만이 그 혜택의 수혜자로 남는다. 이번 발대식에 있었던 두 건의 강의와 문화예술사 몇 분과의 만남은 그런 점에서 아주 각별했다.          



내가 늘 보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리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익히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대식과 팸투어는 참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연말이기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할 뻔했다. 비록 SNS 활동은 혼자 하지만 든든한 동기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다. 이번 발대식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대상을 확인하는 작업이자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었다.


솔직히 100명을 뽑는다고 했을 때도 놀랐지만 100명 중에 83명이나 참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라웠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 인원이 거의 반절에 가까움에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참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더 열정적이며 뜨거운 인생을 산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서포터즈들이 천사 아귀찜 주차장에서 모여서 자은도로 향했다. 간단한 발대식이 끝난 후 강연이 이어졌다. 사람의 스토리가 개입해야 더 오래간다는 이야기는 확실하게 설득력이 있다. 말로 듣는 것보다 글을 보는 게 더 와닿고 글을 보는 것보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게 뇌리에 오래 남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콘텐츠라 할지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예전에 유럽여행을 할 때면 나는 해설가 없이 혼자 감상하는 걸 즐겼다. 마음에 드는 작품에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피렌체 미술관에 갔을 때 도슨트의 안내를 받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볼 때와 그냥 혼자 작품 볼 때 차이는 지도를 가지고 여행하는 것과 무작정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달랐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혼자 보는 것과 문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대상을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단지 이름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어떤 시야로 어떤 사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초점이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1004 뮤지엄에 여러 차례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석 박물관에 가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지나가면서 그냥 수석을 모아 놓은 정원이 있으려니 하고 생각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가서 보니 수석 박물관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도 한때 물에 잠겨 있거나 땅에 파묻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쓸모를 아는 이들에 의해서 그들은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오랜 기다림과 알아주는 안목을 지닌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들도 자신의 내면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마 내가?’, ‘우연이겠지’라며 자신을 의심하거나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인생을 보낸다. 어쩌면 자기 인생 아니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그렇게 우리에게서 사라져 간다. 때로 어떤 이들은 ‘다음 기회에’라며 자신에게 온 기회를 유보시킨다. 이번에 흘려보낸 그 기회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며, 



이후 조개 박물관을 거쳐 신안의 식물 자원에 대해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가거도와 홍도 흑산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특히 아쉬운 점이 많았다. 신안과 같이 섬이 많은 동네에서 여행자의 가장 큰 부담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거나 기상 조건이 좋지 않으면 배를 타고 나올 수가 없다. 한마디로 발이 묶이는 것이다. 일이 있는 사람이나 직장인에게 섬에서 발이 묶이는 것은 치명적이다.



물론 왜 섬에 들어왔냐고 누군가가 따진다면 할 말이 없지만 발이 묶이게 된 원인이 기상 악화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결국 섬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와 같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미이고 자신 스스로가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날씨 예보가 아무리 정확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기상 이변까지 모두 대비할 수는 없다. 섬에 가는 것은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육지에 비해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섬에 들어가서도 문제이다. 이동을 위해서는 큰 섬이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택시를 이용한다거나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또한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는 한 굳이 섬 여행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간 많이 들지, 돈 많이 들지, 제때 못 올 수도 있지, 시설이 지속 좋지 않더라도 가격이 비싸고 물가도 만만치 않으니 웬만한 섬 여행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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