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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02. 2023

퍼플섬으로 가는 길



봄이 가고난 후에는 다시 밝은 세상이 온다.

겨울을 이긴 봄이 보랏빛 섬에서 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멀지 않은 신안의 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압해도의 겨울꽃 축제를 시작으로 남도 신안의 새로운 전설을 꿈꾼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남도에서


신안군은 섬마다 색깔을 대표로 내세운다. 봄이 시작하고 꽃이 피는 시절이면 신안은 섬마다 돌아가며 가을까지 축제를 연다. 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퍼플섬은 보라색을 대표로 꼽고 있다. 퍼플교 입장에서부터 보라색 모자나 옷이나 신발 등을 착용하고 오면 입장료가 면제되니 전략적으로 보라색을 내세운 게 상당히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퍼플섬은 언제나 좋지만 내 경험으로는 이왕이면 라벤더가 피는 시절에 가는 게 제일 좋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보라색 라벤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보라색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에 감성이 묻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라벤더를 보고 걷노라면 왜 이 섬이 세계관광문화협회에서 선정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마을에 꼽혔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반월도 방면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박지도 방향에서 출발할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반월도 쪽을 먼저 택한다. 주차장에서 표지판도 반월도 방향으로 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처음 찾는 이라면 당연히 반월도를 먼저 만나게 된다. 


물때를 잘 맞추면 물이 찰랑찰랑하게 차이는 퍼플교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설령 물때를 맞추지 못했다고 해도 아쉬울 필요는 없다. 물이 빠진 바다는 또 그만의 매력이 넘친다. 신안이 자랑하는 명물인 갯벌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바닷길을 걷다 보면 신안이 그동안 만들어 온 바다 위에 길 만들기가 떠오를 것이다. 



섬 사람들로서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기상이변이 생기면 섬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급한 환자가 생길 때도 그렇고 식수를 챙기기도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리가 놓인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배가 없어도 다른 섬이나 육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셈이다. 


잠시 왔다가 가는 육지 사람들은 섬과 바다를 떠올릴 때마다 낭만과 연관시키려 하지만 섬사람들에게 바다는 친근한 벗이었다가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쓸어가버리는 잔혹한 약탈자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섬에서 벗어나기 위해 육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가장 큰 희망으로 품었던 적이 있었을까?



바다 위에 있는 다리를 보고 있노라면 신안이라는 동네가 섬과 섬을 잇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전에 12 사도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지만 섬과 섬을 잇는 것은 단순한 다리가 놓이는 의미만이 아니다. 그것은 섬 사람들의 마음이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바다 위를 걷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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