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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11. 2023

짧지만 강한 만남, 빠이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

빠이를 아시나요?

내가 빠이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치앙마이를 준비하면서였다. 치앙마이에서 3시간 거리에 빠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반드시 가야 할 곳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처음에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무리가 아닐까 했으나 다녀온 사진이나 여행 후기를 보면서 빠이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빠이로 가는 길은 듣던 대로 상당히 험했다. 762개의 커브를 돌 때마다 몸이 휘청휘청했다. 이러니 차멀미를 심하게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보다 한참 늦게 빠이에 도착했을 때 그동안 SNS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친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반자보 일출 때문에 장기 체류로 바뀌었다는 유쾌하고 즐거운 친구였다. 시간상 하프데이 투어 신청은 어려웠고 캐년으로 가는 투어만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아쉽기는 했지만 여행에서는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 손해이다. 


흔히 사람들은 빠이에서 오토바이는 거의 필수라고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말은 그만큼 교통수단이 불편하다는 의미이고 가야 할 곳이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빠이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녀닝 등 액티비티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할 게 많다. 낮이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면 젊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워킹 스트리트에 넘쳐난다. 길거리에 가족이나 노년 여행객에 비해 젊은 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정도로 빠이는 젊은 이들에게 최적화된 동네이다.  




빠이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메고 가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머니가 얇은 젊은이들은 대부분 다 자신이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한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숙소는 필수이고 음식을 해 먹거나 빵 한 조각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그들 표정은 밝고 행복해 보였다. 



내가 빠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적어도 바쁜 일상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남들 한 끼의 식사밖에 되지 않는 돈으로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니던가. 지금 마주하는 순간을 즐기는 것, 그게 어쩌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배낭여행객이 반기는 저렴한 물가와 비교적 안전한 동네, 그런 점에서 빠이는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맞춤형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선셋 맛집빠이 캐년(pai canyon) 



빠이에서 선셋으로 유명한 캐년까지는 불과 20분 남짓한 거리이다. 입구에 도착하면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통제 시간이 적혀 있었다. 일몰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캐년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한 흥분을 가져왔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때는 미세먼지가 많고 날도 흐린 편이어서 캐년의 광활함과 장쾌한 아름다움까지는 다 맛볼 수 없었다. 



계단을 올라 도착한 산은 지질 구조상 부스러지기 쉬운 토양층이라서 그런지 계속 먼지가 났다. 게다가 상당히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웠기에 아찔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실수로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100m 정도는 아래로 굴러 내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니 저녁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주변을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길이 제법 험하다. 사람들이 가기를 주저할 정도로 상당히 험악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험준한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보니 몸은 어느새 흙먼지로 뒤덮였다. 하지만 고생 끝에 도착한 곳은 안 갔으면 후회할 정도로 근사했다. 거의 100여 미터 가까운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캐년의 풍경은 웅장했다. 


해 지는 시간에 맞추어 처음 자리로 돌아오니 이미 해가 지는 것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아마 그들이 떠나온 곳에도 여전히 해는 뜨고 질 것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았으련만 아쉽게도 하늘이 뿌옇다. 해는 기다린 사람들의 서운함과 탄식을 뒤로하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무렵에는 치앙마이나 빠이는 화전과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고 공기 상태도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아직까지 태국은 화전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니 지구 온난화나 대기 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조만간 그들도 피부로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의 자연이 언제까지나 그 상태로 보존되고 유지가 가능하리라는 것은 큰 착각이다. 다음에 이곳을 찾으면 또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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