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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Sep 07. 2023

내몽고 가는 길

여행의 출발은 이동에서 시작한다. 만약 목적지가 외몽고라면 울란바토르로 가야겠지만 내몽고의 경우, 북경에서 출발한다. 북경 조양역(朝陽驛)에서 출발한 고속열차는 2시간 반을 달려 목적지인 츠펑(赤峰)에 도착한다. 흔히 홍산문화라 불리는 이곳의 대표적인 유물과 유적들, 초원 청동 문화, 친단 요 문화, 몽골-원 문화가 츠펑 지역에서 발견된다. 무려 그 역사가 8천 년이다. 싱룽거우 문화라 불리는 고대 마을 유적은 역사가들에게 중국의 첫 번째 마을로 여겨진다. 이곳에서 발굴한 옥룡(Jade Dragon)은 중국의 첫 번째 용으로 불린다.      


                                      역사가 아니라 광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거대하다



중국 고속열차는 총연장 35,000m의 방대한 노선망을 운영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을 자랑한다. 특히, 중국의 고속열차는 300km를 넘나드는 속도를 자랑한다. 중국 현대화를 설계한 덩샤오핑은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적 교류와 물자 순환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중국 전역을 잇는 고속열차라고 판단하였다. 한때 중국의 고속열차는 350km를 돌파하기도 했으나 윈저우 사고 이후 지금은 300km로 속도를 통제하고 있다. 고속으로 운행하는 열차의 경우, 탈선 등의 사고가 터지면 대형 인명살상이 발생한다. 우리가 탄 좌석은 일반석으로, 특이하게도 중국은 입석과 2등석의 요금이 동일하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탔던 고속열차


중국철로고속(중국어: 中国铁路高速, China Railway High-speed, CRH)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철도 전용으로 도입한 고속철도 차량이다. 초창기에는 중국 독자적으로 차량을 만들었으나 속도가 나오지 않자 외국에서 기술 이전 방식으로 차량을 도입하였다. 그 결과 현재는 독자적인 차량 제작이 가능한 상태이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예전에는 중국 전역으로의 이동이 항상 문제였다. 예전에 내가 산동대학에 근무할 때, 가장 경이로운 기억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고향 가는 이야기를 할 때였다. 24시간 또는 3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침대칸이 아니라 앉아서 간다는 말 앞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마 나라면 불가능했을 테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그 힘들고 먼 거리를 극복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열차 승무원이 수시로 다닌다 


처음 중국에 갈 때 목적 중 하나가 여행이었으나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이유도 주말의 짧은 일정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당시 내가 살던 웨이하이에서 태산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무려 10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야만 했다. 물론 돌아올 때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다른 성도(우리로 따지면 도(道)의 개념)로 가는 것도 아니고 같은 성내에서 움직였을 뿐인데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걸 보고는 기가 막혔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몇 차례 기차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외국인 전용 기차칸이 있었다. 비교적 쾌적한 상태에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야간 기차로 윈난 성 따리에서 리장을 간 적이 있었다. 3층 침대칸에서 잠을 청했는데 사방에서 기침소리, 가래침 뱉는 소리,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번에 고속열차를 타보니 격세지감이 난다. 그만큼 중국도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북경에서 고속열차로 2시간 반 이동한 후,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7시가 넘었다. 첫날 한 것이라고는 이동뿐이었다. 만약 개인이 이동한다고 해도 비슷할 것이다. 중국행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단체비자부터 입국수속을 밟는 것까지 생소하기만 했다. 공안이 등장하는 예전의 살벌함은 많이 사라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특유의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기에 앞서 X레이 검색을 실시하는 등 보안을 한층 강화한 느낌이었다.      




차창 너머로는 푸르른 옥수수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이 넓은 땅에 심는 것도 일이지만 수확하는 데도 만만치 않으리라. 예전에 동북 지방을 여행하면서 보았던 옥수수가 생각났다. 가도 가도 옥수수밭은 이어졌다. 그걸 보면서 중국땅이 넓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었다. 이 넓은 땅에 옥수수만 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눈에 가장 많이 띄는 건 옥수수였다. 동북지방은 쌀을 주식으로 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면이나 만두류를 먹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편이다. 우리가 가는 내몽고 지역은 양과 말을 방목하는 걸로 유명하다.      



                                              규모에 비해 열차 디자인이 다소 단조로워 보인다 


중국의 식문화는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흔히 중국인들은 식탁 말고 네 다리 있는 건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즐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후추 등 향신료를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흔히 샹차이라 하는 고수를 즐겨 먹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가 샹차이를 꺼리는 만큼이나 중국인들도 깻잎을 싫어한다. 특유의 냄새 때문이라 하지만 우리가 샹차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은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 놓고 먹는 것을 선호한다. 손님을 접대할 때는 더 그렇다. 내가 중국에 살던 시절, 중국에서는 남으면 포장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팽배했다. 남은 음식은 냉장고에 들어가면 끝이었다. 먹겠다는 의지가 사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포장을 하지 않았으나 음식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음식에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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