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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Oct 25. 2023

악몽 같았던 인도 비자


기대했던 인도 여행은 비자부터 꼬였다. 

e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일주일 넘게 고생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 그 기간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은 인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마 혼자라면 인도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비자 서비스 센터에 보낸 메일만 해도 6번이었다. 게다가 빨리 답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인도라는 나라가 일처리를 이렇게밖에 못하는가에 대한 비판부터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다. 마침내 출발하는 날, 비자 거부 메일을 받으면서 감정의 골을 더욱 깊어졌다. 해외여행 33년 만에 처음 입국비자를 거부당했다. 



마침내 내 비자 발급이 거부되었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다. 비자 신청 과정에서 여권 사진과 개인 사진을 놔뒀어야 하는데 나는 두 장 다 같은 사진을 올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비스 센터에 예약번호와 예약 아이디와 여권번호까지 보내주었으니, 만약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만 해줬어도 해결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출발 전부터 마음의 상처가 컸다. 



이유를 알고 나니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 일주일 동안의 억울함이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걸 모르고 혼자 마음고생을 했던 걸 생각하면 답답하다. 사실 거부된 게 나만은 아니었다. 일행 중에는 두 번 결제한 이도 있고, 대행사에 비자를 맡긴 이도 있었다. 그동안 이 비자를 받기 위해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했으나 도착한 후 10분, 15분 만에 끝나는 바람에 괜한 고생을 했다 싶었다. 비자가 거절당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처럼 사진을 올리는데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이중 결제 때문에 거부를 당했다고 하기도 한다.



오해가 풀려서인지 인도에 대한 서운한 느낌도 조금은 다르다. 델리 공항에 도착하니 비자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장 힘든 난관 중에 하나로 생각했던 도착 비자를 마침내 받았다. 도착 비자는 43번부터 46번까지 해서 발급을 해주고 있었다.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난 후 여권과 보딩패스를 제출하면 왼손 오른손의 지문 채취를 하고 이후에 2천 루피를 결제하고 스탬프를 받으면 끝이 난다.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어쩌면 조금은 다른 인도를 만날 수 있을지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은 여전하다. 그동안 숱하게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 여행 시작처럼 빡세고 힘든 여행은 없었다. 출발하기 전에 진을 빼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앞으로 내가 만날 인도를 미리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비자를 받았다.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 직원들이 짐을 다 꺼내서 미리 분류를 해놓았다. 온도가 35도 된다고 말은 들었지만 공항 밖을 나오는 순간 그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 내내 차는 좀 막혔지만 그래도 잘 빠지는 편이다. 




환영의 의미인 메리골드 목걸이를 받고 나니 드디어 인도에 왔음을 실감했다. 앞으로 펼쳐질 인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때때로 우리는 여행에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오거나 무엇인가 의미를 찾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이국을 경험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이질적인 풍경을 접하는 것들이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와 많이 닮아 있다. 


인도는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 문명이 태동한 나라이다.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 와서 인도를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다양성과 각각의 색채가 뚜렷한 나라이다. 하지만 인터뷰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에서 봤던 기사들을 떠올린다. 


“거기 위험한 데 아니야?” 

“여자들 성폭력, 강간도 이루어지고. 그런 데를 왜 가려고”


그래서 인도를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인도 앞에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불교의 태동지이자 수학으로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던 인도. 하지만 인도의 역사 역시 침략 수탈로 이루어진 아픔을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인도 비자를 발급받는 그동안 느꼈던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인도에 머무는 동안 어떻게 달라질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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