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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Nov 10. 2023

당신의 인생 여행지


인도를 떠나온 지 3주가 지났다. 아직도 같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인도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여운이 오래 남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인도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여행을 가기 전에 어느 정도 기대와 설렘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이는 그것 때문에 여행을 간다고 하지 않던가. 막상 가서 보다는 가기 전에 이미 진이 빠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인도는 통상적인 기대와 설림에 더불어 약간의 걱정과 불안이 옵션처럼 따라붙었다. 

생각해 보면 인도에 대해서 세계사 시간에 배우기는 했으나 막연하기만 했다.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는 인도에 관한 내용은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나 여행자를 노린 강력범죄에 대한 기사를 보아서인지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런 걱정은 나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그나마 덜 했으나 첫 여행인 경우는 주변에서 말리거나 우려했다고 한다.



실제로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그게 반드시 쓸데없는 걱정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행이 함께 다녔기 때문에 든든했지 만약에 혼자 갔더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아마도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아직은 혼자 인도를 감당하기에는 버겁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인도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어느 공간을 만난다는 것은 단지 우리가 거기 잠시 머무른다는 말 만은 아니다. 그곳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식사를 하고 길거리를 다니면서 그 도시에 대해서 알아간다. 그리고 그 느낌들은 우리가 그 도시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만약 첫인상이 나쁘기 시작했더라면 이를 반전시킬 만한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그 인상은 오래간다.



반면에 좋게 시작했다면 그 인상 또한 상당히 오랫동안 남아 있다. 나의 경우, 삿포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이었던 스프카레 집 가라쿠를 먼저 찾았다. 호텔을 가기도 전에 먼저 식당 찾은 것은 그곳이 처음이었다. 대기표를 뽑고 한참을 기다려 마한 음식에서는 옛기억이 묻어 났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식당에서 먹었던 그 음식 맛, 그 분위기가 내 기대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기억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윤색되고 바뀌어져 좋은 인상만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맛있었지만 몇 년 전 먹었던 그 맛을 음악과는 조금은 달랐다. 약간 서운했다고 할까. 삿포르를 떠나오는 날 다시 그 식당에 갔으나 먹을 수 없었다. 오전 주문이 다 끝났다는 말과 함께 직원은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읇조렸다. 아쉬움에 기다렸으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아쉬운 대로 식당에서 파는 포장 제품을 하나 사 가지고 왔다.


이후 집에서 끓여 먹어보았지만 식당에서 먹었던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그 식당이 생각났다. 이렇듯 우리는 어느 공간을 이해하는데 때로는 사람으로서, 때로는 음식으로, 때로는 풍경의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 기억들은 우리 곁에서 오래 남아 여행지를 떠올릴 때마다 기억을 환기시켜 준다.


오늘 당신이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그 공간에서 누렸던 행복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 있다면 그때 받았던 감동 때문일 수도 있다. 때로는 지명만 떠올려도 그때의 달달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런 추억이 많은 당신이라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들을 살아온 사람이다.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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