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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Nov 23. 2023

인도 하세요

지금 연재하고 있는 시 몇 편이 다음 달 송년호 여행잡지에 실릴 예정입니다. 

인도에 다녀온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인도의 여운은 진하게 남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많은 곳을 여행 다녔지만 인도만큼 이채로운 느낌을 주는 나라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가 또한 상당히 달라졌다고나 할까요. 



물론 가기 전에도 인도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나 내용을 100% 다 믿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국제 뉴스로 나오는 인도는 버스에서 성폭행이 일어나는 나라, 수십 명이 여인을 겁탈하고 살해하는 나라,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수위 또한 높았습니다. 인도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알지 못할 두려움 또한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인도를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수많은 얼굴 중에 어느 한 부분, 물론 대부분 긍정적인 면, 을 보고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카스트 제도의 신분제약을 당연시 받아들이는 나라, 시장에서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들이 막대기를 들고 다니는 나라, 욕망과 열정의 나라, 그리고 4대 종교인 불교의 탄생지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인도를 말하는 단면들일 뿐입니다. 



이번에 함께 했던 여행자 한 분은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 때 인도를 떠올린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인도는 힐링의 공간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엄청나게 준비하셨더라고요. 처음에는 좀 지나치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인도에 네번째 온다는 그분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도를 다녀오고 나니 그 말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낯선 이방인들을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나라, 처음 보는 손님을 자신의 집으로 기꺼이 초대하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 당시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당혹스러웠지만 인도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단순한 자연 풍경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디 이 사람들의 미소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때, 너무 비교되는 장면을 직면하면서 물질적인 풍요가 사람들의 미소까지는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챗 GPT와 AI의 시대가 바로 올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는 그걸로 살 수 없습니다. 편리함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우리의 행복을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요.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를 돌이켜 보며 후회할 일도 기뻐할 일도 많겠지만 무엇보다 인도라는 멋진 곳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너무 늦지 않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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