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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Feb 12. 2024

신께 바치는 한 영혼의 서사시,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평생 역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는 현재 미완성 상태이다. 그래서 이 성당을 찍은 사진에는 거대한 기중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우연히 지인과 이야기 끝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야기를 꺼내자 완공되면 다시 오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아마도 전 세계와 그처럼 이 성당이 완성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완성되면 다시 이곳에 달려와 그 전체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은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가 평생을 걸려 완성하고자 했던 성당이다. 그가 비운으로 세상을 떠난 후 7명의 건축가가 가우디의 뜻을 이어받아서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전 세계에서 근대와 현대에 걸쳐 공사를 하고 있는 유일한 성당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처음에는 가우디의 스승이었던 프란시스코 델 비야르가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만에 31살의 나이에 젊은 가우디가 일을 맡게 된다. 성당과 같은 대형 건축물에서 가장 큰 난관은 자금 문제이다. 그는 유력자의 후원을 받지 않고 철저하게 기부와 헌금으로만 성당을 건축하기로 결정한다. 유력가문의 후원을 받으면 일을 쉽게 진행할 수 있지만 그의 영향권과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오늘날에도 성당은 입장료와 기부금, 그리고 헌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가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직면해야 했던 현실적인 문제는 중력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성당의 고층 탑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중력의 문제는 가우디가 해결해야 하는 난제이기도 했다. 중심부에 자리한 예수의 탑이 완성되면 172.5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으로 등재될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중력 문제와 싸워야 했다. 가우디는 이 문제를 현수선 아치를 이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성당의 네 면을 활용하여 각각 동쪽에 예수 탄생의 파사드를, 서쪽에는 예수의 수난을, 남쪽에는 부활한 예수를 위한 영광의 파사드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성당을 돌기만 해도 성경을 읽는 느낌이 들게 하였던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즐겨 찾는 동쪽 파사드와 서쪽 파사드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탄생과 수난을 돌로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신앙심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사실 가우디는 자신의 건축물에 예수나 성모와 관련한 상징 조형물을 표식처럼 남기고자 하였다. 그가 공동주택인 까사밀라를 지을 때 거대한 성모 조각상을 세우는 문제로 의뢰자였던 밀라와 재판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 성당을 돌로 만든 또 다른 성경이라는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성당 외부가 신께 바치는 가우디의 장엄한 서사시라면 내부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의 고백에 가깝다. 일단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스테인그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후 햇살이 강렬한 시간이면 빛을 머금은 스테인그라스 창이 황홀하게 노래를 부른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은혜를 받는 느낌이 든다. 눈부신 스테인그라스 창 중앙 아래에는 지금까지 순교한 성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도 유일하게 김대건 신부의 이름이A.kim(김대건 안드레아)으로 새겨져 있다. 



성당의 내부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은 나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오래 보고 있노라면 기존의 다른 성당과 달리 나뭇가지가 뻗어 서로를 연결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성당에 있는 게 아니라 마치 자작나무 숲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생전에 가우디는 설계도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 눈부신 건축물이 파괴되지 않고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기적에 가깝다. 어쩌면 그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는 게 신이 우리에게 베푼 축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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