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Apr 16. 2024

10년의 아픔, 10년의 무게

오늘은 세월호 10주기이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0년 전 일어났던 그 사건은 당사자나 유가족을 포함하여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을 그 긴 세월 동안 어찌 참아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세월호 관련 인터뷰나 기사가 더 많이 눈에 뜨였다. 



그날 아침 강의를 가던 중에 뉴스에서 배가 전복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나온 속보 내용은 전원 구출이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세월호는 오보 투성이었다. 실시간으로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가 막힐 뿐이었다. 더군다나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파렴치함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으라는 말을 들었던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희생이 가장 컸다. 만약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다 구조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일부라도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은 다음에도 정부는 에어포켓 운운하며 사람들의 애를 타게 했다. 무능한 정부는 한 게 없었다. 사건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고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수많은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나중에 신문에서 다룬 사연을 읽다 보면 착하지 않은 아이가 없었고 살갑지 않은 자식이 없었다. 그런 아이들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남은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찌 감당할 수 있으랴.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족들은 외면당했다. 부모들은 아이를 앞세웠다는 이유로 자신이 평생 살던 지역에서 떠나야 했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남은 이들은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삭발을 하고 눈물로 호소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의인이나 잠수부들 역시 오늘날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가슴을 후벼 파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그만 잊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무 도움 되지 않는 말들이었다. 




무려 10년이다. 생존자 중 한 명의 인터뷰가 가슴에 남는다.      


세월이 약이라고요.      


우리가 지나가는 말로 하는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적어도 그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아직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 역시 그 고통의 무게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태원에서는 159명이 시내 한복판에서 희생되었다. 유족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요구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고 미안다.


그들은 어제, 그리고 오늘을 그랬듯이 또 살아야 할 것이다. 아침에 눈 뜨는 일이 두렵고 힘들지만 감당해야 하리라.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또 끊임없이 생각이 나겠지만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 해야 할 것이다. 돌아보면 후회되지 않는 것들이 없지만 10년 전 그날이 야속하기만 하다. 오늘 하루, 그날의 희생자를 떠올리며 남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마지막 잎새와 나의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