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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12. 2024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

오늘은 김제에서 쪽물을 들이는 염색체험을 했다. 살면서 염색하는 걸 보기만 했지 실제로 해본 적은 처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바로 쪽에서 나왔다. 청출어람은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알려져 있다. 오늘 안 사실이지만 그냥 쪽만 사용해서는 우리가 아는 파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도에서 수입한 염료인 인디고를 이용해서 염색에 필요한 쪽물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인 쪽은 중국이 원산지이며, 과거에는 염료 자원으로 재배하였다. 최근에는 화학염료가 발달하다 보니 오늘날에는 쪽으로 염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개량한복이나 전통의상을 제작하는 이들이 쪽 염색에 관심을 갖고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만드는 방식은 쉬웠다. 쪽물에 천을 담근 후, 30분 남짓 골고루 쪽물이 스며들도록 만져주면 끝이었다. 천에 염색물이 제대로 들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전에 몇 가지 재료를 섞고 숙성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그다지 힘든 과정은 아니었다. 실제로 쪽물을 들인 염색물은 그 자체로 오묘한 색을 발산한다. 염색물에 담근 이후 천을 보면 별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햇볕 잘 드는 곳에서 바람에 말리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매력적인 색이 나온다.      




쪽이라는 식물을 겉으로만 본다면야 그런 색이 그 안에 숨겨 있으리라고 짐작이나 하겠는가. 우리 삶도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게 몇십 년을 평범하게 살다가 우연히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도 있다.      


우리가 아는 <풀꽃>의 저자인 나태주 시인 역시 평생 시를 썼지만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풀꽃>은 60대에 썼다고 한다. 이전에도 훌륭한 시인이었고 좋은 시를 썼지만 그의 시인생이 비로소 만개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마이너의 삶을 살았기에 그는 같은 처지인 사람들을 위로할 축복을 받았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위안을 받았다.      


우리는 어떤 능력을 받았는지 모른다. 신이 우리에게 어떤 능력을 주셨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짓지 않는 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오늘은 절망하는 대신에 희망을 떠올려야 하는 날이며,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을 기다려야 한다. 혹시 아는가? 당신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나태주 시인처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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