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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11. 2024

도움을 요청해라

- 주변에는 아직 당신 편이 남아 있다

         

살다 보면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당신도 기쁠 때도 그렇지만 위기의 순간에 더 먼저 생각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이들도 있겠지만 당신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건넨 말 한마디는 힘든 상황을 견디게 하고 살아갈 힘을 준다.      


대개의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시끄러운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를 부르면 귀신같이 알아듣고 달려온다. 그게 자신의 밥줄이고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비슷하다. 평소라면 무심히 흘려보냈을 말도 그날따라 귀에 쏙쏙 들어오고, 내 이야기처럼 공감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처받았다는 고백을 많이 듣는다. 자신은 마음을 다해 도와주었는데 상대방은 오히려 그 마음을 이용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흔히 이야기하는 단물만 빼먹고 자신을 배신했다는 식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일단 마음이 아프다. 그 사람의 진정성이 어떤 식으로 건 외면당했다는 말이며, 억울하게 당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처는 오래간다. 말로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몇 년 또는 몇십 년을 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기도 한다. 웃기는 건 정작 그 상처를 준 이는 그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열정적으로 살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장애들은 그 의지를 사정없이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잘 모르는 나에게까지 하소연을 할까 싶었다. 살면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 나는 급한데 다른 이들은 느긋하거나 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는데 상대방은 다음에라고 태평하게 미루기도 한다. 이때 내가 떠올리는 말이 있다.      


세상은 내 마음 같지 않다.      


같이 평생을 살아온 가족도 이해 못 하는 일이 허다하다. 하물며 남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그때는 옆에서 고개만 끄덕여줘도, 맞장구만 쳐줘도 좋으련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이야기를 듣는 표정도 심드렁하고 성의 없이 듣고 있다는 게 표가 난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 다음부터는 사람을 만날 때 마음의 경계를 두게 된다.      


그래도 정말 힘들 때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나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떠벌리라는 게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다른 이의 불행이나 불운을 재미 삼아 퍼뜨리거나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당신이 처한 위기에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가진 이들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살면서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전화번호를 보면 

눈물 나게 고마운 이름이 많다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가슴 아파하다가도 

그가 준 상처가 내 안에서 꽃으로 피었다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무심히 지나는 하루였는데 

누군가 보낸 문자 한 통, 카톡 하나가 

내게 와서 사람의 향기를 전한다

피곤했던 하루가 내 안에서 환하게 꽃을 피운다 

    - <어느 날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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