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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10. 2024

연재의 어려움



현재 나는 지역 신문 두 곳에 서평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한 곳에 서평을 쓰고 있었는데, 작년에 아는 이에게서 연락이 와서 다른 신문사에 칼럼 쓸 생각이 있냐고 해서 자연스럽게 두 곳이 되었다. 오후에 전화가 와서 받고 보니 나를 그 신문사에 소개해 준 작가였다.      


이번에 순서 좀 바꿔줄 수 있나요?     


들어 보니, 몸이 좋지 않아서 순서를 바꾸자는 내용이다. 마감 날짜가 정해져 있는 원고는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신문과 같이 좀 더 많은 이들이 보는 지면이라면 더 그렇다. 다행히 미리 써서 보낸 원고가 있어서 이번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체 원고가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신문사나 잡지사도 형편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내가 연재하는 칼럼도 신문사 사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담당 기자가 몇 번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검색을 해보면 중간에 칼럼 제목이 없는 글이 나온다. 다행히 이제는 예전처럼 내 이름에 <생태 환경문학 기행>이라는 단어가 턱 하니 붙어 나오기는 한다. 기사 제목 따라 자연스럽게 여행지에서 만난 환경 이야기를 쓰는 식으로 방향이 달라졌으니 테마를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글도 성격이 달라진다.      





서평의 경우, 몇 달 걸러 한 번씩 순서가 오는데 이게 제법 빨리 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잊고 살다 보면 어느새 내 순서가 코앞에 닥치는 날이 있는 것이다. 어떤 작가들은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하기도 한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도 있다. 연재하는 이들 모두가 등단작가이기도 하고 평생 글쓰기를 해왔을 텐데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거나 글을 써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서평은 처음 쓸 때부터 환경과 생태와 관련한 내용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내 전공이자 분야라 할 수 있는 시집 위주로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이나 생태를 다룬 책을 많이 소개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신문사에서 칼럼 이야기가 나왔을 때 흔쾌히 써보겠노라고 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운이 좋은 날은 하루에도 몇 개씩 쓸 거리가 보이기도 한다. 다행히도 내게는 쓸 내용이 많이 보인다. 평소 내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글들이 신문이나 책으로 나오는 일은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기분 좋은 경험이다. 나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지면에 나가는 원고를 쓰기 위해 고심한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심혈을 기울여 원고를 작성한다. 적어도 몇 시간 또는 며칠, 몇 달을 고생한 끝에 원고가 나온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원고들에 대한 보상은 없다. 나 역시 원고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수락하기는 했다. 어떤 경우에는 당연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료를 깎기도 한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어이가 없다가도 안쓰럽기도 하다. 오죽하면 작가의 원고료를 깎아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원고료가 없거나 있어도 차마 원고료라 할 수 없는 원고료가 많다. 대략 책의 10%라고 정해져 있는 인세도 마찬가지다. 올해, 이 정권 들어서 무차별적으로 예산을 깎는 바람에 출판사나 출판시장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이 해마다 우수 콘텐츠를 공모해 출판사(600만원)와 저자(300만원)를 지원해온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13억원 규모) 사업과 5인 이하 중소출판사들과 작가를 지원하는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7억원) 사업을 올해부터 중단했기 때문이다. 사업 전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출판사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원고 출판을 기다리고 있던 작가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아마 올해 작가들은 진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버거운 살림살이에 인쇄비 인상 등 여러 여건상 책을 내기도 만만치 않으리라. 유튜브나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인기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일은 시대를 거스르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원고지에 글을 쓰거나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본인이 좋아서 글쓰기글 직업으로 택했다고 하더라도 작가도 사람인데 살기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모쪼록 이 험난한 시대에 버텨서 꼭 살아남기 바란다. 작가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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