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May 13. 2024

지금 주변을 관심있게 보아야 하는 이유

혹시 당신은?

살면서 수목원을 한 번도 안 가본 이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도 있으리라. 그런데 수목원이 없는 도시는 없다. 당연히 내가 사는 지역에도 수목원이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수목원인데, 듣기로는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나온 나무들을 이곳에 심으면서 오늘날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규모도 엄청날 뿐만 아니라 봄이면 각종 꽃이 만발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 들어서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들이 더 풍부해지고 성숙한 느낌이 든다.       


한때 식물을 공부하면서 1주일에 한 번씩 수목원을 찾았던 때가 있다. 새로운 식물을 공부하는 것도 좋았고 산책을 하면서 조금씩 주변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동박새를 만난 경험이다. 동박새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몸길이가 12cm에 불과한 아주 작은 새다. 이전에 나는 신안 분재공원에 갔을 때, 처음 동박새를 만났다. 동백꽃 속으로 몸을 숨기는 그 새에 반해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 거기 머물렀다.      



그런데 어느 날 수목원을 걷다가 바로 1미터 앞에서 이 새를 만났다. 날아가지도 않고 숨바꼭질하듯 내 앞에서 이리저리 10분 이상을 놀다가 날아갔다. 그때 기분은 어설픈 몇 글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세상에 그 새와 나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동박새를 만났지만 이때만큼의 감동은 받지 못했다.           



나이 들어 만난 자연 이야기 

나이를 먹다 보면 후회하는 일이 많아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때 ~했더라면”으로 일컬어지는 라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돌이켜 보면 후회스러운 일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잘한 일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식물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숲해설사 공부를 먼저 시작한 아내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식물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하지만 산에 올라서 자연의 변화에 놀랐던 것은 잠깐이었고, 이내 나는 내 무식에 치를 떨어야 했다. 사방이 온통 나무였는데 제대로 이름을 아는 게 없었다. 그때의 충격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전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터였다. 누가 식물 이름을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식물을 공부하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김춘수의 <꽃>에 나오는 것처럼 이름을 아는 순간 진짜 그 꽃과 나무들이 내게로 왔다. 물론 한꺼번에 온 것은 아니었다. 계수나무는 달달한 향기로, 어떤 나무들은 팔랑이는 잎들을 달고 왔다. 매번 이름을 물어보고 잊어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분명히 이름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계절에 보면 나무 모양이 달라 있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무렵에는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나는 더 늦기 전에 이 아름다운 자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야생화와 나무를 좋아하는 이들과 다닌 덕분에 제법 많은 야생화와 나무 이름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나 혼자라면 절대 보지 못했을 귀한 꽃과 나무들을 많이 만났다. 이전에도 분명 그 자리에 있었을 테지만 이름을 알면 더 친해지고 가까워진다.      

나는 좀 더디면서도 답답하지만 이름 알아가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런 일은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만큼 가치가 있다. 식물을 공부하면서 나는 잃어버렸던 세상의 절반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 봄에는 야생화를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 못내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 본다. 아직 그래도 여름과 가을에 피는 야생화를 볼 기회는 남아 있다. 다행스럽게도, 




작가의 이전글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