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May 14. 2024

글의 틈을 엿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원고를 보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평생 작가로 활동했던 이조차 다른 이에게 원고를 보였다가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 선배도 책을 내기 전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한 적이 있다. 그이는 지금도 당시 상황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듯 힘주어 말했다. 마음의 상처가 제법 커 보였다.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상처의 후유증은 제법 크다. 그러니 조언이랍시고 다른 이의 글에 함부로 말을 꺼내기 어렵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면 좋으련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몇 차례 교정 교열을 본 이후에도 놓치는 부분이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오탈자나 띄어쓰기에 진심인 이라면 고치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더 큰 문제는 오탈자가 아니다. 내가 만난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 환경작가 활동을 같이 했던 동기가 글을 보내왔다. 글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하면 좋을지 아낌없이 조언을 달라는 말이었다. 이런 종류의 글을 받으면 일단 부담스럽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당혹스럽지만 내 말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원고를 보고 다음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전체 내용은 무리가 없었다. 현재 중학교 과학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는 1년 동안 학생들과 엄청난 활동을 하였고, 그 결과물도 훌륭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용만 보아도 1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학교 업무에 수업 준비까지 바빴을 텐데 발을 동동거리며 지냈을 그의 하루가 그려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년 동안 얼마나 바삐 살고 많은 활동을 했는지가 대부분 나열식으로 쓰여 있었다. 분명 그 중간중간에 학생들과의 갈등이나 고민, 그리고 과정에 따른 성취 등을 겪으면서 느꼈을 다양한 이야기가 없었다. 아마 본인이 글을 쓰고 난 후에도 확신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경우, 본인이 확신이 서지 않았을 뿐이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으리라.   


   



우선 이번 글의 경우, 단락 나누기가 문제였다. 심지어 10줄이 한 단락인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통으로 된 하나의 문장은 읽는 내내 숨이 막힌다. 일반인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단락 나누기와 문장의 분량 조절 실패이다. 분량 문제는 비문을 유발하기 가장 쉬운 사례이자 많은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하다. 그다음으로는 제목과 소제목 달기. 아니나 다를까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문제를 파악했으니 해결책은 간단한 편이었다.      


단락 나누기야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관건은 제목 달기이다. 제목은 여전히 힘들고 넘기 어려운 벽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게 제목인데 그런 만큼 제목 잡기는 난해하다. 제목만 잘 잡아도 일단 성공했다고 할 정도로 제목 잡기에는 고도의 스킬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

작가의 이전글 지금 주변을 관심있게 보아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