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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15. 2024

읽고 싶은 글쓰기는?

잠깐 쉬어 갑시다

단락 나누기는 글의 호흡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학교 수업시간에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글에서도 잠시 쉬었다 가는 시간이 필요한 데 단락은 그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멈추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이 다 끝날 때까지 하나의 단락으로 만들어버린다. 가끔 내가 원고를 보낸 잡지사도 애써 나눈 글을 하나의 문장으로 합쳐 놓아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단락을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단락을 나누지 않은 문장을 읽다 보면 100미터를 쉬지 않고 달린 것처럼 숨이 탁 막힌다. 일단 외적인 형식상으로도 답답한 마음이 든다. 단문이 읽기 편하고 내용 의미 파악이 쉬운 것처럼 단락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를 무시하면 나중에는 글 전체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가능하면 2~3문장이 끝나면 단락을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내 글이 안 읽히는 이유

글을 읽을 때 내용이 어렵고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는 글쓴이가 문장을 길게 쓰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도 문장이 대책 없이 늘어나기도 한다. 글 쓰는 본인이 분량 조절이 가능하면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는 문법에 맞지 않는 비문(非文)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단문 쓰기에 치중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문장이 가벼우면 쓰는 데도 부담이 적다. 하나의 문장에 온갖 것을 다 넣으려면 일단 마음이 심란하다. 욕심이 넘치기 때문에 문장이 불편해지고, 이는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물론 단문만이 독자들을 매혹하는 흡입력 있는 문장이 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문장에는 단문이 어울린다.      




제목 달기의 신이 도와준다면

뭐니 뭐니 해도 글쓰기의 압권은 제목 달기가 아닐까 한다. 제목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만약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의 떡볶이를 간장 게장으로 바꾼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제목을 다는 일이야말로 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자 글쓰기의 화룡정점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제목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혹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제목을 아는가? 책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원제목은 <you excellent>이다. 이 평범하고 눈길이 가지 않는 제목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꾼 이는 천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매혹적인 제목과 사랑에 빠지는 일 

내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작 이름은 <동백, 몸이 열릴 때>였다. 어찌 보면 자극적인 제목일 수도 있다. 우연한 기회에 이전 신문 투고 원고를 살펴보다가 이 제목이 이전에는 아주 평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이 제목이 나에게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불현듯 이 제목을 붙였을 텐데 아쉽게도 이후 시를 쓰면서 이런 매혹적인 제목을 만나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는 <황태, 설악을 훔치다> 정도가 있다고나 할까.       

멋진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책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사랑을 받는다. 아무래도 출판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감각적인 제목을 뽑아낸다. 대개의 출판사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표지와 제목일 것이다. 근사한 제목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만한 표지라면 평범한 글이라도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목은 힘들어 

요즘은 실용서가 대세라 70, 80년대처럼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의 제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 자리를 10분 만에, 3일에, 1000만 원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차지하고 있다. 숫자를 앞세워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라는 기법까지 있을 정도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대단한 제목을 지닌 책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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