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과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동안 뜸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문자가 왔다. 어제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도저히 만날 수 없다는 거였다.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터라 몸도 그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뻔히 사정을 알기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보내온 이 한 줄에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느껴졌다. 굳이 말은 하지 않지만 내 주변에는 올해 유독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뉴스를 보면 자영업자들이 IMF나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인터뷰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폐업률이 사상 최대라는 말도 나온다. 청년층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마 그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2년 전, 대선 결과가 나오는 날 가장 미안했던 건 젊은이들이었는 데 내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다. 오늘도 모임에 갔다가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가시밭길에도 반드시 끝이 있다. 가시밭길 끝에는 분명 예쁜 꽃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힘들고 괴롭다고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면 계속 가시밭길에 서 있을 뿐이다. 힘들고 괴로워도 받아들이고 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야만 당신은 꽃길을 마주할 수 있다.
아직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사실이라면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지금 누군가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을 수 있다. 만약 혼자 견뎌야 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하지만 이 말처럼 걸음을 멈추면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묵묵히 걸어야 한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면 꽃길이 그를 반겨줄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도, 그이에게도 그 길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