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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28. 2024

반딧불이가 보고 싶은 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는 세계 3대 석양으로 유명한 탄중아루 해변이 있다. 명성만큼이나 그저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름다운 석양으로 대표적인 명소이다.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 맹그로브 숲에서 반딧불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밤 어스름이 깔리면 배를 타고 반딧불이를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진 속 반딧불이 투어는 진짜 근사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딧불이를 내세워 축제로 진행하는 지역이 있다. 청정지역을 내건 무주만 해도 해마다 반딧불이 투어를 진행한다. 흔히 개똥벌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을 대표하는 곤충이다. 맑은 1급수 물에서 사는 반딧불이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활용될 정도이다.      


사실 반딧불이는 ‘형설지공 螢雪之功’이라는 한자 성어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차윤이 가난함 때문에 등잔 기름을 구하지 못하자 반딧불이를 모아 글을 비춰가며 공부했다는 일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손강이 눈의 반사빛을 이용해서 책을 읽었다는 일화가 더해져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세상에 전해졌다. 예전에는 ‘형설지공’이라는 단어가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 내고 공부하여 얻는 보람을 이를 때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대략 반딧불이 80마리 정도를 모으면 큰 글씨의 천자문을, 200마리 정도면 작은 글씨까지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주로 습한 환경과 숲, 강가 등의 지역에서 발견되는 반딧불이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생물 다양성의 유지에도 기여한다. 우리나라에는 운문산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3종류가 산다. 이들 반딧불이는 각기 나오는 시기가 다르며 크기에도 차이가 있다. 이중 운문산반딧불이가 5~7월경으로 가장 빠르다. 운문산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는 깜박거리면서 빛을 낸다. 이와 달리 초가을에 나오는 늦반딧불이는 다른 반딧불이와 달리 깜박이지 않고 지속적인 불빛을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삼천천에서 반딧불이를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 번은 서울에 사는 동생네 식구가 왔을 때 삼천천에 간 적이 있었다. 둑길을 걷는 데 조카 윤서가 갑자기 ‘와’하고 탄성을 보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반딧불이를 처음 만났다. 그날 우리는 하천 둑길을 걸으며 밤이 주는 고요와 적막함, 편안함과 따뜻함을 골고루 경험했다.     


우리 지역에는 삼천천 외에도 몇 군데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은 곳이다. 우리나라 애반딧불이의 경우 논주변이나 연못, 늪지 등 고여있는 물에서 물달팽이, 논우렁이 등을 먹고 산다고 알려져 있다. 반딧불이의 서식지를 만날 때마다 반갑고 한편으로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최근 들어 서식지 파괴, 농약 사용, 광공해 등으로 반딧불이의 수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들의 보호를 위해서는 자연 서식지 보존과 환경오염 감소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기반에는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반딧불이를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올해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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