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May 29. 2024

마음이 급할 때 잠시 쉬어가라

     

올해 갑자기 안 좋은 일을 겪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사람이 무너지는 게 하루아침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사람이 위축되다 보니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부분 그러겠지만 마음이 급할 때는 주변을 찬찬히 볼 여유가 없다. 일단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강의와 관련하여 어떤 결정한 후에 마음이 내내 편치 않았다.      




교육기관에서의 강의야 이미 정해진 것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분량을 마치면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난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새로운 학기가 열리면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최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오픈톡방 강의는 상황이 다르다. 작년 가을 이후 오픈톡방에서 이루어지는 강의를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다.      


이 방의 특징은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 듯 매력적인 상품을 팔지 않으면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매일 저녁 9시면 몇백 개의 오픈톡방에서 무료 강의가 열린다. 무료 강의의 가장 큰 목적은 유료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한 목적이다. 맛을 보고 실제 제품을 구입하는 시식코너처럼 오픈톡방도 그렇다. 무료 강의가 마음에 들면 신청서를 쓰고 결제를 하면 끝이다. 수강금액도 몇만 원에서 500만 원짜리 강의도 있다. 그동안 살면서 이런 세상이 열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나는 30년 넘게 강의를 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분야에는 자신이 없다.     

그동안 강의해 온 내공이 있어 자료가 없어도 몇 시간쯤은 강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최근 들어 돈 내며 들었던 대부분의 강의는 개괄적인 내용도 그렇지만 일종의 기술을 배우는 게 컸다. 물론 이 시장에서 최고 인기 품목은 챗GPT와 미드저니, 캔바와 캡컷, 릴스 등이다. 흔한 말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밤마다 이 시장은 뜨겁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물론 뉴스에서 늘 떠드니 챗 GPT와 AI 세상이 왔다는 건 알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공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디지털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2000년대부터였다. 한때는 디지털에 빠져서 매일 이것만 생각하며 살았다. 이후 이걸 묶어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글누림)이라는 책도 냈다. 이 책은 학술원 추천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20년 이상 디지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음에도 최근 이루어지는 기술 발달은 감당이 안 될 정도이다.      



이 사진은 최근 미드저니로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명령어인 프롬프트를 넣자마자 이런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최근에 배웠던 미드저니의 결과물은 작품이라 할 만큼 놀랍다. 이런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다. 사람들의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걸 나 스스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신청했던 강의를 취소했다. 처음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맞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동안 익혔던 기술을 실전에서 좀 더 훈련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만 해도 나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이 배웠다. 며칠 동안 마음이 내내 불편했는 데 막상 마음을 정하고 나니 한결 편했다.      


같이 점심을 먹은 아는 작가가 말했다.    

  

마음이 급할 때는 톤을 낮춰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아차 싶었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미처 다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다. 아뿔싸 내가 마음이 급하기는 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느낀 점은 무리를 하면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사살이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생겼나 싶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조금 느리게 가자. 꾸준히 하자. 하다 보면 언젠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반딧불이가 보고 싶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